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서울로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사촌 격인 ‘돼지열병(CSF)’이 경기·강원의 야생 멧돼지 사이에서 번진 뒤 남하한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된 점도 위기감을 더한다. 야생 멧돼지 포획 대상 시·군을 지정하며 서울을 빼놓은 게 ‘방역 허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7일 공개한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야생 멧돼지에서 확인된 돼지열병은 모두 253건에 이른다. 돼지 콜레라 바이러스가 원인인 돼지열병은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돼지만 걸린다. 증상도 비슷하고 치사율도 공통적으로 높지만, 백신이 있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가축질병으로 분류된다.
돼지열병 감염 야생 멧돼지 확인 건수 중 232건(91.7%)은 경기·강원에 몰려 있었다. 북부 권역을 중심으로 야생 멧돼지 간 수평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서는 발생 지역이 서울시 등으로 점차 남하하는 추세다. 경기·강원 외 다른 지역에서 확인된 21건 가운데 서울이 9건(42.9%)으로 가장 많았다. 9건 중 8건은 올해 은평·노원구 등에서 출몰한 야생 멧돼지에서 확인됐다.
야생 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전파 양상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 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사례는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8건이 나왔다. 강원 철원군과 경기 연천군에 집중되던 감염 사례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 파주시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돼지열병처럼 감염 지역을 넓혀가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46번 국도의 북쪽에 있는 17개 시·군을 야생 멧돼지 남하 저지선으로 지정하면서 서울과 인천(강화군 제외), 경기 구리시를 빼놓았다. 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서울을 관통해 남하할 우려는 적다지만 ‘절대’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김 의원은 “야생 멧돼지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향후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