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59)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17일 “유엔군사령부(유엔사)를 어떤 작전사령부로 탈바꿈하려는 비밀계획 따위는 없다”며 “이는 가짜뉴스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정전협정을 관리·집행하는 기능을 넘어서는 역할 확대를 모색한다는 관측을 부인한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유엔사 권한은 1950년 7월 7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84호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 부분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회 미래 지상군 발전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뒤 전문가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었다.
지난 8월 실시된 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 이후 ‘미국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사의 권한 강화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런 유엔사 강화설을 작심한 듯 부인했다. 그는 유엔사의 ‘재활성화(revitalization) 프로그램’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던 중 “이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지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유엔사 문제를 거론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유엔사의 두 가지 임무는 연합사가 창설된 이후 계속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유엔사,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제가 정전협정을 집행하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유엔사는 유사시에 전력 제공국들의 전력 기여를 협조하고 조율하는 협조본부 역할을 한다”며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의 전력을 수용해 연합사로 통합하는 데까지 협조하고 조율하는 본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유엔사 역할의 근거로 거론한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에는 ‘병력 지원을 제공하는 모든 (유엔) 회원국은 이러한 병력 지원을 미국 주도 하의 통합군사령부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에 대해 이러한 군대의 사령관을 임명할 것을 위임한다’ ‘통합군사령부에 대하여는 북한군에 대한 작전 중 참전 각국의 국기와 함께 국제연합기를 임의대로 병용할 권한을 부여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유엔사의 재활성화 정책에 대해 “재활성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그것보다는 제대로 갖춰야 할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노력은 4년 전 전임자인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사에서 근무하는 참모들의 수는 21명이다. 상시 편제된 참모들이 21명이라는 뜻”이라며 “21명으로는 광범위한 포괄적인 전장에 대한 모든 것을 유엔사에서 혼자 총괄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유사시 유엔사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참모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저는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서욱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각 군 총장,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포함해 여러 한국군 주요 지휘관들에 대한 100% 신뢰를 갖고 있다. 우리 관계는 깨뜨릴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한·미동맹의 심장을 상징하는 것이 한미연합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 심장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여러분, 안심하시고 밤잠 편히 주무시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미 육군대장)은 2년6개월여 임무를 수행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후임으로 지난해 11월 부임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뼛속까지 군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전 육군참모총장의 셋째 아들이며, 큰형과 작은형도 장군 출신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투를 지휘한 경험도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