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백화점 명품까지…유통업계, ‘손 큰’ 3040 남성 잡는다

입력 2019-10-17 16:02

유통업체가 돈 쓰는 30~40대를 잡기 위해 나섰다. 과거 직접 소비하는 일이 드물던 30~40대 남성들이 소비생활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30~40대 남성들은 스스로 가꾸기 위한 ‘그루밍족’부터 마트 상품을 꼼꼼히 사들이는 ‘살림꾼’ 등 소비자로서 다양한 면모를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16일 서울 강남구 한성자동차 자곡 전시장에서 남성들만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롯데백화점에서 연간 명품 브랜드를 1억원 이상 구매한 30~40대 남성 우수 고객 200명이 초대됐다.

롯데백화점은 전시장에 IWC, 톰브라운, 지방시 등 해외 명품 패션, 시계 등 10여개 브랜드의 쇼룸을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는 2019년 가을·겨울 상품을 소개하는 해외명품 패션쇼도 열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30~40대 남성 고객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우선 전체 구매 고객 중 남성 고객의 비율은 2016년 25%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31%에 달했다. 우수고객 내 남성 비중 자체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롯데백화점 우수 고객 중 남성의 비율은 약 25.5% 수준이었지만 2017년에는 26%, 2018년에는 27.3%로 증가세를 보였다.

남성 우수고객의 구매 관심 상품군도 크게 바뀌었다. 2017년까지 백화점을 방문한 30~40대 남성들은 가전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 그다음으로 많이 팔린 것은 남성 의류와 아웃도어였다. 하지만 올해는 가전제품 다음으로 화장품과 해외명품 구매가 많았다. 남성 의류와 아웃도어도 남성들이 자신을 꾸미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지만 화장품과 해외명품은 또 경우가 다르다. 남성의 화장품 구매는 꾸준히 늘어왔지만, 일부 감각 있는 그루밍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화장품과 해외명품이 우수고객 구매제품 상위권으로 올라선 것은 남성 소비 패턴에 큰 변화가 일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명품 소비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 당일배송관 판매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남성 고객 비중이 35%였다고 밝혔다. 남성 고객 중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했다.

마트 상품 역시 과거에는 남성들의 구매율이 저조하던 것이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살림과 장보기에 나서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이베이코리아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으로 집에서 요리하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30∼40대 남성도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