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한 축구선수들이 그렇게 거칠었던 이유는… ”

입력 2019-10-17 14:17 수정 2019-10-17 14:36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종교와 신앙의자유 국제연대 창립대회에서 애국가를 제창 중인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뉴시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무승부로 끝난 남북 축구 경기를 두고 “여러 사람 목숨을 살린 경기”라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의 북한 전문강좌 ‘NK 프리미엄 네트워크’에 참석해 전날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 남북전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이 북한의 체육절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만약 축구에서 졌더라면 최고 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에 똥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승부 경기로) 김정은도 살고, 북한 축구 관계자들을 살렸고, 북한 선수들을 살렸고, 우리 팀(한국 대표단)도 살렸다”며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선수 다리가 하나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 체육절을 맞아 체육 강국을 주창해왔다. 이에 발맞춰 노동신문은 북한 정권이 어떻게 체육 분야를 육성했는지 대대적으로 찬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 대표팀이 패배했을 경우 북한 체육 당국과 선수들이 져야 할 책임과 부담감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평양 원정 경기를 마치고 17일 귀국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고 거칠게 경기에 임한 것은 사실”이라며 “심한 욕설도 많이 들었고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였다”고 털어놨다.

이번 평양 원정에서 대표팀의 단장으로 참가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역시 “전쟁 치르듯이 경기를 했다. 상대는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있었다”며 “팔꿈치와 손을 많이 사용했고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는 상대 주먹이 들어오기도 했다. 선수들이 부상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