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大盜) 조세형(81)씨가 항소심 재판에서 “아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아비가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씨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백발인 조씨는 이날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등장했다. 이어 최후 변론 기회를 얻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그는 “과거를 돌이켜볼 때 재판부에 변명할 면목도 없다”며 “특히 아들 때문에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또 “젊을 때는 어리석어서 오로지 절도만이 생계유지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내 나이도 그렇고 CCTV가 발달해 예전 행태로는 범행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 과거를 변명하고 싶지는 않고 오직 재판부에, 법의 인정에 호소할 따름”이라며 거듭 선처를 호소했다.
조씨 변호인 역시 “조씨 범행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지만 험난한 성장 과정 때문에 범죄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이번 범행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우발적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가 범죄사실을 인정하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나이와 건강 문제로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것”이라며 “출소 후에는 아들에게 정서적·경제적인 지원을 하면서 삶을 돌아보는 글을 쓰고, 여력이 된다면 탈북자 선교 생활에 몰두하며 여생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종결하고 내달 14일 오전 선고하기로 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서울 광진구, 성동구 일대 주택에 침입해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거주자들이 외출한 틈을 타 담을 넘고 방범창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지난 6월 1일 오후 9시쯤 광진구 한 다세대 주택에서 소액의 현금을 훔쳐 달아나다가 같은 달 7일 붙잡혔다. 검거 후 범행을 인정하고 5번의 추가범행을 자백했다.
조씨는 1심 재판에서 “2000년생 아들이 곧 입대를 한다. 그 모습을 봐야 한다”며 선처를 요구했으나, 당시 재판부는 조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조씨는 1970~1980년대 부유층과 권력층을 상대로 대담한 절도 행각을 벌여 ‘대도’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당시 이를 계기로 상류사회의 사치스러움이 폭로되고, 조씨가 훔친 금품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이 알려져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1982년 구속돼 15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고했다. 이후 선교 활동을 하고 경비보안업체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평범한 삶을 살았으나 2001년 일본 도쿄에서 빈집을 털다가 붙잡혔다. 2005년, 2010년 2013년에도 잇따라 빈집털이와 장물 거래 등 혐의로 검거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