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가을 제사)를 맞아 공물을 보냈다. 또 2년 반 만에 내각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서 ‘정부 차원의 침략 전쟁 미화’라는 침략피해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 교도통신과 NHK방송 등은 17일 야스쿠니 신사에서 시작된 예대제에 아베 총리가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에 바치는 화분 형태다. 다만 아베 총리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예대제에 직접 참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 뒤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산 뒤부터 공물 봉납으로 간접 참배를 하고 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일본이 이웃 국가와의 긴장을 악화하는 행위를 한 것에 실망했다”는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냈다. 이후 종전일과 봄·가을 춘·추계 예대제에 공물을 보낸다.
아베 총리의 직접 참배는 없었지만 측근인 에토 세이이치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이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일본 각료급 인사의 야스쿠니 참배는 2017년 4월 다카이치 사나에 당시 총무상의 참배 이후 처음이다.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행위는 정부 차원에서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한국과 중국 등 침략전쟁의 피해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에토 담당상은 사비로 다마구시료(일종의 헌금)를 냈지만 ‘국무대신, 참의원 의원, 에토 세이이치’라고 적었다. 아사히는 에토 담당상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에 대한 위령과 평화, 국민의 행복을 기원했다”며 “어느 나라에도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위령 장소가 위령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에토 담당상은 9·11 개각으로 입각 전인 지난 8월 한·일 갈등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과거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당시 아베 총리의 보좌관이었다.
이밖에 이날 예대제에는 오시마 다다모리 중의원 의장,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도 마사카키를 봉납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18일에는 초당파 의원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수십명이 집단 참배를 할 예정이다.
일본 도쿄 중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최대의 신사다. 야스쿠니라는 이름은 ‘평화로운 나라’를 뜻한다. 평화를 뜻하는 흰 비둘기가 신사의 상징이다.
정작 그 안에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을 비롯, 전몰자 246만여명의 위패하 안치돼있다. 각종 무기도 함께 전시돼있다. 평화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한국인 2만1181명도 합사돼있다. 일본의 전쟁에 강제로 동원된 이들이다. 실제로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합사자 명부가 있다. 유족들이 ‘합사 취소’ 소송을 냈지만 일본 법원은 지난 5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기각 판결을 내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