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은 봄·여름에 늘고 가을에 많이 빠진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을에 건조해지면 두피도 건조해져 피지량이 줄면서 각질이 건조한 두피에 쌓이기 쉽다. 각질이나 오염물질은 모공을 막아 모낭세포 활동을 떨어뜨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게 된다.
큰 일교차도 탈모 원인이다. 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면 두피의 유·수분 균형이 깨져 각질이 생기면서 탈모될 수 있다.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면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일시 늘어난다. 남성 호르몬 증가는 ‘남성형 탈모’의 원인이다. 기존 탈모 치료제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이 있다.
그런데 매일 먹어야 하는 약 대신 월 1회 주사만으로 탈모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향후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 동일한 효과가 입증되면 장기 약 복용이 많은 탈모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와 나정태 연구교수는 최근 인벤티지랩에서 개발 중인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 성분을 이용한 탈모 치료 주사제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을 ‘국제분자의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Medicine)’ 최신호에 발표했다.
‘피나스테라이드’는 탈모를 일으키는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해 남성형 탈모를 방지하는 약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가장 검증된 탈모 치료제 중 하나다.
인벤티지랩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피나스테라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남성형 탈모가 유발된 실험용 쥐 모델을 이용해 ‘피나스테라이드’가 함유된 탈모 치료제를 주사제 형태로 주입한 실험군과 경구제 형태로 복용하게 한 대조군으로 나누어 10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경구제형 섭취군에서 모발 성장률은 86.7%인 반면에 주사제형 실험군의 모발 성장률은 93.3%로 더 뛰어났다.
혈중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농도는 6주 후에 32.0% 감소하면서 한 번의 주입으로 10주까지 경구제형 섭취군과 비슷한 5α-환원 효소(5α-reductase)의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DHT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와 만나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는 탈모 치료제는 바로 이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해 탈모의 진행을 막는다.
연구팀은 또 실험(주사제 0.3㎎, 경구제 0.56㎎)을 통해 경구제 복용 시 약물의 낮은 체내 흡수율이 주사제형으로 변경하였을 때 적은 양으로도 흡수율이 개선되며, 경구 투여량의 최대 10분의 1만 투여해도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현재 개발 중인 피나스테라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의 효능 평가를 통해 남성형 탈모 치료 효과가 기존 오리지널약인 ‘프로페시아’와 동일하거나 더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김범준 교수는 17일 “주사제 형태 탈모 치료제 개발로 인해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형 탈모 치료제를 대신해 향후 월 1회 주사 치료만으로 장기 복용 환자가 대다수인 탈모 치료제의 복약 순응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의 최소 투여로 유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경구형 약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발기 부전, 성욕 감퇴 등 이상 반응을 줄이고 가임기 여성의 약물노출 시 호르몬 교란에 따른 기형아 출산 우려 등의 안전성 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벤티지랩 김주희 대표도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피나스테라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가 경구형 치료제 복용 탈모 환자의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혁신적 개량 신약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