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창업자이자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柳井正) 회장(70)이 한일 갈등을 비롯한 현 일본 상황을 두고 “이대로 가면 일본은 망한다”고 경고했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 9일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최근 30년간 세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최선진국에서 이제 중진국 수준으로 떨어졌다. 어쩌면 개발도상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회장은 “국민 소득이 늘지 않고, 기업도 아직은 제조업이 우선일 것”이라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첨단과학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해도 본격적으로 임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장인이 돌아가며 경영을 맡는 회사가 많고 이런 상황에서 성장할리 없다”며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본의 창업자 수 감소를 지적했다. 야나이 회장은 “창업자가 경영하고 있는 기업만 현재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0년간 성장하는 회사가 없고, 돈을 버는 개인도 없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30년간 쇠락하고 있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에 대해선 “모두들 성공했다고 하지만 성공한 건 주가뿐”이라며 “주가는 국가의 돈을 뿌리면 어떻게든 된다”고 비판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이 과거 영광에 사로잡혀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점에 가면 ‘일본이 최고다’는 책밖에 없어서 언제나 기분이 안좋아진다”며 “일본이 최고였다고 말하면 모를까, 지금 일본의 어디가 최고냐”고 반문했다.
한국도 언급했다. 야나이 회장은 “한국인이 반일(反日)인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본래 냉정했던 일본인이 모두 히스테릭하게 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열등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에 반감을 갖고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일본인이 열등해진 증거라는 의미다.
이어 “그런 일본에 대해 절망은 할 수 없다. 이 나라가 망하면 기업도 개인도 장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개혁하는 것 말고는 길은 없다”고 주장했다.
야나이 회장은 재정 지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 지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 수도 절반으로 줄이는데, 그 개혁을 2년 안에 끝낼 정도로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원화시키는 게 좋다”고 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경영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야나이 회장은 굳이 직언을 멈추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이어 “야나이 회장은 인터뷰 초반부터 분노가 담긴 표정으로 일본의 현 상황에 대해 말했다. 이야기는 정치 개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