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협회 “알릴레오 성희롱은 인권유린… 유시민, 사실상 방관”

입력 2019-10-17 09:25 수정 2019-10-17 09:27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화면 캡처

한국여기자협회(회장 김균미)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나온 여성 기자 성희롱 발언에 대해 “여성 기자와 모든 여성 직업인, 전체 언론인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이라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여기자협회는 16일 “‘알릴레오’ 여성기자 성희롱 발언, 묵과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협회는 “취재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여성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도, 동료로도 보지 않고 그저 성희롱 대상으로 본 폭력이자 인권유린”이라며 “진행자인 유 이사장은 해당 발언이 방송되는 동안 사실상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이사장을 향해 “여성기자가 취재를 잘하면 그것은 취재원이 그 여성기자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인권을 강조해온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며 “비록 유 이사장이 방송 말미에 문제를 지적하고 다음 날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그것만으로 해당기자와 여성기자들의 훼손된 명예가 회복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문제의 발언을 한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에게는 “유능한 여성기자는 여성성을 이용해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은 평소의 여성관을 반영한 것이냐”며 “사석에서 하던 이야기라고 말한 점에서 본인의 언급이 심각히 왜곡된 여성관과 직업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지 않는가”라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는 사과문을 낸 데 그치지 말고 해당 유튜브 방송에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같은 일이 어느 자리에서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두 사람의 책임 있는 처신을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장 기자는 지난 15일 오후 진행된 ‘알릴레오’ 4회 방송에서 검찰과 언론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KBS 법조팀 여성 기자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 관련 내용을) 술술 흘렸다”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유 이사장이 방송 말미에 “(해당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장 기자는 “사석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라서 (그랬다). 혹시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유 이사장은 16일 “진행자로서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장 기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타성이라는 벽 뒤에 숨어 있던 제 인권감수성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이젠 생각을 그대로 말하기에 앞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좀 더 숙고하겠다”고 사과했다.

◆ 한국여기자협회 성명 전문

‘알릴레오’ 여성기자 성희롱 발언, 묵과할 수 없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여성기자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나온데 대해 여성기자와 모든 여성 직업인, 전체 언론인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으로 보고 엄중히 규탄한다.

이 방송에서 현직 기자 등 패널은 “검사들이 KBS 모 기자를 좋아해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 등 어처구니없는 성희롱 발언을 이어갔다. 취재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여성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도, 동료로도 보지 않고 그저 성희롱 대상으로 본 폭력이자 인권유린이었다. 진행자인 유시민 이사장은 해당 발언이 방송되는 동안 사실상 방관했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유시민 이사장에게 묻는다. 여성기자가 취재를 잘 하면 그것은 취재원이 그 여성기자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인권을 강조해온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비록 유 이사장이 방송 말미에 문제를 지적하고 다음날 “즉각 제지하고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그것만으로 해당기자와 여성기자들의 훼손된 명예가 회복될 수는 없다.

한국여기자협회는 해당 발언을 한 기자에게 묻는다. 유능한 여성기자는 여성성을 이용해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은 평소의 여성관을 반영한 것인가. 사석에서 하던 이야기라고 말한 점에서 본인의 언급이 심각히 왜곡된 여성관과 직업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지 않는가.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는 사과문을 낸 데 그치지 말고 해당 유튜브 방송에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 우리는 이같은 일이 어느 자리에서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의 책임 있는 처신을 촉구한다.

2019년 10월 16일 한국여기자협회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