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이 일제히 퇴장하면서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은 난장판은 난장판으로 끝이 났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입씨름을 벌였다.
미 하원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북부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354대 60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이 시리아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면전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을 “3류 정치인”으로 부르는 순간 민주당 의원들은 격분해 회의장을 떠났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펠로시 의장을 모욕했으나 펠로시 의장은 냉정함을 유지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그것은 대화가 아니었으며 폭언이었다”면서 “끔찍한 폭언이었다고”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3류 정치인’으로 지칭했다고 시인했다. 펠로시 의장은 “슬프게도 우리가 대통령으로부터 목격한 것은 ‘자제력 상실(멘탈 붕괴·meltdown)’이었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의 시리아 결의안 투표 결과에 매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면서 “탄핵 얘기는 이번 회동에서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대하는 자세에 민주당 의원들은 불쾌감을 느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하고 결단력이 있었으나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의 말을) 들을 의향이 없었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펠로시 의장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칭얼대기 위해 (언론) 카메라가 있는 상황에서 뛰쳐 나갔다가, 들어오고 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회의장 남아 국가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이번 회동은 생산적이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가장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펠로시 의장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이번 회동을 정치이슈화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간 회동이 난장판으로 끝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9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완전한 시간낭비”라고 회의장을 나와 버렸다. 이번엔 민주당 지도부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뿐이다.
이에 앞서 하원은 압도적 찬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원 민주당 의석수가 235석인 상황에서 찬성표가 354표 나왔다. 공화당에서 119표의 반란표가 나온 것이다.
이 결의안은 터키는 시리아에서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백악관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지속적으로 격퇴할 계획을 제시하도록 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터키에 제재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공화당이 하원에선 다수당이 아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터키의 침공을 비난하고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