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제재 경고… 터키 “휴전 없다” 일축, 제재 실효성도 의문

입력 2019-10-16 17:02 수정 2019-10-16 17:03
터키군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 사흘째인 지난 11일(현지시간)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동부 도시 라스 알-아인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르드족 공격에 나선 터키를 향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장을 날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터키로 급파하기로도 했다. 미군 철수로 한때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손잡았던 쿠르드족을 ‘토사구팽’했다는 비판이 공화당에서조차 거세게 일자 뒤늦게 수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터키는 군사작전을 강행겠다고 버티고 있고, 경제제재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군 철수 이후 쿠르드족 토벌에 나선 터키에게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즈가든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우승팀 초청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전날 발표한 터키산 철강관세 인상 등 경제 제재를 거론하며 추가 제재 가능성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다”며 “효과가 없다면 막대한 철강 관세 등 많은 것들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주요 장관 3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내 자산 동결, 미국과의 거래 중단 조처 등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펜스 부통령을 처음으로 터키에 급파해 사태 수습에 나선다. 로이터통신, ABC뉴스 등은 이날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24시간 내에 대표단과 터키를 찾아 터키-쿠르드 간 휴전을 모색한다고 전했다. 대표단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제재가 이뤄진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대(對) 터키 철강 고율관세, 무역협정 추진 중단 등은 투자자들의 심리만 해칠 뿐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저지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했다. 철강 관세는 이미 지난해 인상 당시 터키의 대미 철강 수출이 많이 줄어 미국이 관세율을 재인상 해도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양국의 무역협정 계획도 규모가 부풀려진 만큼 폐기되더라도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는 아랑곳 않고 쿠르드족 소탕을 강행해가겠다는 입장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아제르바이잔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그들(미국)은 우리에게 휴전을 선언하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결코 휴전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터키 휘리예트는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만비즈(양측 병력이 모이는 요충지)로 이동하는 시리아 정부군을 우려하지 않는다”며 “다만 시리아의 쿠르드 전사들이 그곳에 남아있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쿠르드족은 터키 정부의 공세를 막기 위해 적이었던 시리아 정부군에 도움을 요청했다.

쿠르드족은 ‘세계 최대 소수민족’으로 불리며 이란과 이라크, 터키, 시리아의 접경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한 번도 독립 국가를 가져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분리 독립과 자치권 확대를 요구해오며 각 소속 국가로부터 핍박을 받아왔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바샤르 아사드 정부의 탄압을 받았는데 2011년 ‘아랍의 봄’ 시작된 내전 이후 시리아 영토 30%인 북동부 지역을 통제해왔다. 여기에는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IS 격퇴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최근 완충 역할을 한 미군이 철군하면서 터키가 국경지대의 쿠르드족을 축출하기 위해 공격에 나섰다. 쿠르드족은 러시아를 통해 적이던 시리아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이에 파레틴 알툰 터키 대통령실 공보국장은 트위터에 “아사드 정권과 비열한 거래를 했다”고 쿠르드족을 비난했다. 쿠르드족 토벌 중단을 요청한 미국에는 “터키 국민들은 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인 미국이 우리의 대(對) 테러 노력을 지지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도 말했다.

미 하원은 시리아 철군 결정을 규탄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결의안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동참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