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이 허위·과장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허위·과장광고 여부와 별개로 ‘늑장 처분’을 내렸다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박형남)는 16일 SK케미칼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SK케미칼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하면서 ‘천연 솔잎향의 산림욕 효과’라고 제품에 표시하고 인체 유해 사실은 은폐·축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2011년 ‘혐의 없음’, 2016년 ‘심의절차 종료’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환경부가 2017년 가습기 성분의 위해성을 확인하자 재수사한 끝에 SK케미칼과 이 제품을 판매한 애경, 유사제품을 만들어 판 이마트 등에 시정명령·과징금을 부과했다. SK케미칼 등은 공정위가 기만적 광고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시효인 5년이 지난 뒤 제재 처분을 내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앞서 이마트와 애경이 제기했던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도 공정위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1년과 2016년 조사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라며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이상 그에 대해 두 번 이상 조사를 하면서 그때마다 조사의 단서를 달리했거나 새로 적용법령을 추가했다고 해서 조사의 대상이 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