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이 낯선 환경에서 ‘깜깜이’로 치른 북한전 무승부를 거둔 게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전통의 강호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약팀에 덜미를 잡혔고, 중국·사우디도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아시아 축구의 격차가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이란은 16일(한국시간) 바레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바레인(105위)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3차전에서 0대 1로 패했다. 바레인은 후반 19분 페널티킥으로 넣은 한 골을 철저한 수비로 지켜내 결국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아시아 최강팀으로 군림해 온 이란이 월드컵 예선에서 바레인에 패한 건 2001년 열린 한일월드컵 예선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바레인전 패배로 이란(승점 6)은 이라크(승점 7·+6), 바레인(승점 7·+2)에 뒤진 C조 3위로 추락했다. 2차예선에선 각 조 1위 8개 팀과 2위 중 상위 4개 팀만이 최종예선에 오를 수 있다. 이란은 ‘굴욕’을 넘어 최종예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UAE(66위)도 태국(114위)에 발목을 잡혔다. UAE는 15일 태국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G조 3차전에서 1대 2로 패했다. 전반 26분 만에 실점한 UAE는 전반 추가시간 헤더 동점 골로 따라붙었지만 후반 6분 결승골을 내줬다. 태국(승점 7·+4)과 베트남(승점 7·+3)에 1·2위 자리를 내준 UAE(승점 6)다.
중국(68위)은 A조 필리핀(127위) 원정경기에서 무득점으로 비겼다. 중국이 ‘역대 최고 공격진’이라고 자평하는 브라질 귀화 선수 엘케손(상하이 상강)과 우레이(에스파뇰)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의 닐 에더리지(카디프 시티) 골키퍼를 뚫진 못했다. 중국(승점 7)은 시리아(승점 9)에 이은 2위로 쳐졌다. 팔레스타인(101위)은 D조에서 우즈베키스탄(88위)을 2대 0으로 잡아낸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70위)와 무승부를 거두며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한국도 월드컵 진출을 위해 방심할 수 없다. 장지현 SBS Sports 해설위원은 “기존 절대강자 개념은 이미 아시아에서 무너졌다. 한국이든 이란이든 언제든 약팀들과 시소게임을 할 수 있다”며 “세계 축구 저변이 확대되며 많은 정보를 교환하게 됐고, 약팀들도 축구 시스템·산업 성장속도가 가팔라진 게 평준화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선진 축구전술은 더 이상 특정국의 전유물이 아닐 정도로 보편화 됐다. 전술이 잘 다듬어진 가운데 조직력과 활동량을 갖춘 팀들이 강팀을 잡을 확률이 높아졌다”며 “이란·이라크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카타르, 심지어 레바논이나 필리핀 등에도 단순히 귀화시킨 용병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관리해온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태생(혈통) 선수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것도 격차가 좁혀진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