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바닷물 수온이 오르면 한반도 겨울도 따뜻해진다

입력 2019-10-16 15:50
이어도 수온 0.6~0.7℃ 높아지면 한반도 기온 0.3~0.5℃ 올라
연구 지속해 한반도 기후 예측에 활용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주변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오르면 약 1~2개월 뒤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도 평년보다 올라가는 관련성이 확인됐다. 이어도 해역 수온이 한반도 전체 기온보다 1~2개월 정도 앞서 변화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이어도 해역 수온 변화가 기온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추측이 과학계 등을 통해 제기됐었지만, 실제 자료 분석을 통해 입증되기는 처음이다. 우리나라 겨울철 기상 예측 정밀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16일 수온 자료 분석과 수치모델링 실험을 통해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주변 해역의 수온과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의 관련성을 증명해냈다고 밝혔다. 포항공대 국종성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바닷물 온도는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따듯한 해류가 흐르면 온화한 기후를 보이고, 차가운 해류가 흐르면 추워진다. 여름철 우리나라 동해에 차가운 해류 영향이 커지면, 그해 여름은 평년보다 서늘해지는 원리이기도 하다. 바닷물의 온도 변화가 기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런 과학적 사실이 우리나라 남해에서도 적용되고 있는지 연구했다. 이어도는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곳에 있는 수중 암초다. 이어도에는 우리나라로 접근하는 태풍 등 해양·기상 현상을 감시하고 기후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해양과학기지가 있다. 기지에는 현재 19종 31점의 해양·기상 관측장비가 운영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관측장비로 모은 이어도 인근 해역 수온 데이터와 한반도의 평년 기온 데이터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이어도 해역 수온이 평년보다 오르거나 낮아지면 1~2개월 뒤에 한반도의 기온도 평년보다 오르거나 낮아지는 연관성이 증명됐다. 이어도 주변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6~0.7℃ 오르면 약 1~2개월 뒤에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도 평년 대비 0.3~0.5℃ 올랐다. 반대로 수온이 내려가면 겨울철 기온도 평년보다 낮아졌다. 이은일 국립해양조사원 연구실장은 “당연해 보이는 현상을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달 중 국제 학술지인 ‘아시아-태평양 대기과학 저널’ 온라인판에 등재될 예정이다. 그는 “저널에서 해외 대학교수 등에게 자문해 연구결과를 자체적으로 증명했다. 저명한 학술지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한 셈이다”고 말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연구를 지속해 한반도 기온이 변화 예측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홍래형 국립해양조사원장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관측자료를 활용해 여름철 한반도 기언과 강수량을 예측하는 가능성 관련 연구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해양‧대기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