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다 죽는다”…군 병력 감소 국방개혁 반발

입력 2019-10-16 15:47
문경훈 철원군의회 의장이 지난 8일 국방부 정문 앞에서 국방부의 국방개혁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전개했다. 철원군 제공

강원도 내 접경지역에서 국방개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접경지역 말살하는 국방개혁반대 철원군투쟁위원회는 오는 22일 철원군청 앞에서 일방적 국방개혁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철원군투쟁위는 철원군의회와 철원군이장연합회, 철원군번영회 등 30여개 사회단체로 구성돼 있다.

철원군투쟁위는 “국방개혁이 완료되면 평화지역 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로 빠지고 고령화와 맞물려 조만간 지역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며 “반세기 이상 안보라는 이유로 희생한 대가가 일방적인 부대 이전·해체로 돌아온 것은 평화지역 주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행위인 만큼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육군 27사단 해체가 본격화된 화천군에서도 국방개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화천군 육군 27사단 해체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화천종합운동장에서 27사단 해체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해체 철회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부대 해체 철회, 일방적 국방개혁 중단,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요구했다. 화천군 비대위는 “아무 대책 없이 장병 6800여 명이 하루아침에 줄어든다면 지역경제가 회복 불능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국방부의 국방개혁 2.0에 따라 양구 2사단과 화천 27사단이 각각 올해와 2022년 해체된다. 또한 철원 6사단이 포천으로 이전하고, 고성 22사단이 동해안에 분산 배치된다. 이에 따라 5개 지역에선 병사가 2만5900명 감소하고, 간부는 3750명 증가한다. 지역별로 감축되는 병사 수는 화천 6800명, 양구 6300명, 철원 5400명, 인제 4300명, 고성 3100명이다.

접경지역에서 우려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접경지역들은 군 장병이 줄면 면회객 감소, 군납 농산물 축소, 상권 위축 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강원연구원이 지난해 2월 내놓은 ‘국방개혁과 민군 상생’ 정책 메모를 보면 사단 이전이 확실시되는 철원군의 경우 1개 사단의 병력 이전이 916억원의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강원연구원은 “국방개혁에 따른 주둔지역 상권의 단기적 손실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며, 접경지의 낙후한 산업구조로 볼 때 장기적으로도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경훈 철원군의회 의장은 “장병의존도가 높은 접경지역 경제가 국방개혁에 따른 부대 이전이란 자연 재난급 불황을 버텨낼 여력이 없다”며 “주민 생존대책 없는 국방개혁을 즉각 백지화하고 그동안 정부와 국방부가 부르짖던 상생방안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철원=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