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스캔들’ 핵심 줄리아니, 터키 로비스트였나… 잇따르는 의혹들

입력 2019-10-16 15: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대미(對美) 로비스트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가 재미 반체제 인사이자 이슬람학자인 펫훌라흐 귈렌을 추방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귈렌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숙적’으로 터키 정부가 2016년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해 쫓고 있는 인물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귈렌을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복수의 전직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직 관리들은 줄리아니 전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귈렌 추방 주장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다고 전했다. 때문에 백악관 보좌진은 그가 터키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고 한다. 당시는 줄리아니 전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로 임명되기 전이었다.

귈렌은 미국과 터키 간 외교 분쟁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다. 그는 2003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을 돕고 신정부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다. 하지만 2013년 사법부 내 귈렌 추종자들이 에르도안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강도 높게 조사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졌다. 특히 에르도안 정권은 2016년 7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를 진압한 뒤 귈렌을 배후로 지목했다. 터키는 미국 영주권자로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귈렌의 송환을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는 거절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줄리아니 전 시장의 귈렌 송환 주장에 호의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귈렌의 법적 지위에 대해 캐물으며 보좌관들을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칭하면서 귈렌을 터키로 송환하면 안 되느냐고 물은 적도 있다고 전직 고위 관리가 전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터키 측 요구를 들어줄 경우 위법 소지가 있으며 막대한 정치적 타격도 입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줄리아니 전 시장이 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줄리아니 전 시장이 2017년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터키계 이란인 무역상의 기소를 막기 위해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에게 압력을 넣으려다 실패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당시 사건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인적 관심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른 외국 로비스트로 등록돼 있지도 않다고 WP는 전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WP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터키 정부를 대리하지 않으며 따라서 외국 로비스트 등록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귈렌을 터키로 송환토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변호사의 비밀 유지 특권에 따라 답변할 의무는 없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WP의 추가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채 “불법적이고 헌법에 반하며 근거 없는 ‘탄핵 조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수개월 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직무 외에 루마니아, 브라질, 바레인, 콜롬비아, 우크라이나 등 외국 고객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