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카타르發 ‘단비’ 기대…친환경 선박 기술로 불황 돌파할까

입력 2019-10-16 15:26 수정 2019-10-16 16:12

올해 목표 수주액 달성에 빨간 불이 켜진 국내 조선업계가 카타르발(發) 청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카타르가 미얀마 가스전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향후 10년간 100척 이상 발주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 때문이다.

카타르 발주처인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지난 6월 이미 40척 가량의 LNG운반선을 발주한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와 중국, 일본 등이 견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조된 선박을 운영할 해운사도 필요한 탓에 국내 해운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결과는 연말이 돼야 윤곽이 나올 전망이지만 과거 수주 실적과 기술력 등으로 미루어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2004~2007년 카타르에서 1차로 발주한 LNG운반선 53척을 싹쓸이했다는 ‘유리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

중국 조선사의 경우 LNG선을 건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국 해운사 물량이 많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이 국내 업체들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주한 선박에 대한 인도가 지연되거나 품질이 국내 조선사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중국 조선사에서 건조해 유럽 선사가 운항하던 LNG추진선이 엔진 고장 등의 이유로 호주 인근 바다 한가운데서 멈추는 사례도 있었다.

한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16일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내에서 납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카타르 프로젝트의 경우 이미 사업 일정이 나와있고 납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입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국내 조선3사의 올해 실적이 불안한 건 긴 불황을 지나 지난해부터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던 업계가 세계적인 무역환경 악화로 ‘발주 가뭄’을 만난 탓이다. 현재까지 목표 수주액 달성 현황을 보면 삼성중공업이 69%, 대우조선해양이 60%, 현대중공업이 45% 수준이다.

업계는 카타르 프로젝트의 경우 빨라야 연말쯤 가계약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올해 수주목표액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지난 6월 발주한 40척 규모의 LNG운반선은 향후 10척씩 4년에 걸져 인도하는 일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내년 1월1일부터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의 친환경 선박 기술이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내 업계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향후 발주하는 선박들은 환경규제에 맞춰 건조돼야 하는데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나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스마트십 기술 등을 국내 업체들이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세계 선사들이 발주한 LNG선을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수주했고, 올해도 대부분 국내 업체들이 가져왔다.

우수한 친환경 선박 기술을 보유한 국내 조선사들은 카타르의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LNG를 연료로 하는 LNG추진선 시장에도 주목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자체 기술로 첫 LNG추진선 건조에 성공해 세계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건조 능력과 기술력을 입증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포스코와 함께 LNG추진선용 연료탱크의 소재 국산화에 나서는 등 핵심 소재 국산화와 공급 안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상선과 공동으로 스마트십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국내 기술은 확실히 앞서있다. 발주량이 줄어 당장은 우려가 크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경쟁력을 높여가는 중”이라며 “미국, 호주 등에서 친환경연료인 LNG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LNG 물동량이 늘어나는 것도 국내 업계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