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인권법안’ 미 하원 통과에 中 “내정 간섭” 강력 반발

입력 2019-10-16 14:38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지난 15일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키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며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중미 관계 더 나아가 미국 자신의 이익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16일 “강렬히 분개하며 결연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당국이 외교 사안에 대해 ‘분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겅 대변인은 “미국 하원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시위대가 함부로 방화하고 상가를 부수고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명백히 이중잣대이자 일부 미국 인사가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위선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이들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깨뜨리고, 중국 발전을 견제하려는 음흉한 속셈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역시 홍콩에 중요한 이익 문제가 걸려 있다. 만약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중국의 이익뿐 아니라 중미 관계 더 나아가 미국 자신의 이익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겅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미국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단호하게 반격에 나설 것”이며 “이를 통해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미국이 정세를 분명히 보고,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채기를 바란다. 홍콩 관련 법안의 심의를 즉시 중단하고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 간섭에서 당장 손을 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민일보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하면서 “홍콩 시민과 폭도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논평에서 “홍콩의 청년들이 중국의 청년들처럼 꿈을 좇아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홍콩 시민들. 연합뉴스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홍콩 시민들. 연합뉴스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홍콩 민주주의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인 자유를 억압한 인사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 제한과 자산 동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최루탄 등 시위 진압 장비의 대(對) 홍콩 수출 금지 법안 역시 통과됐다.

법안 통과에 대해서 홍콩 정부와 시위대는 대조된 반응을 보였다. 홍콩 정부는 “외국 의회가 홍콩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반면 홍콩 시위대는 “(홍콩 민주주의 법안) 통과는 민주주의의 승리로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지난한 투쟁에 전 세계가 화답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