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비판에…경찰, 뒤늦게 ‘경찰총장’ 윤 총경 보강 수사

입력 2019-10-16 14:33 수정 2019-10-16 16:08

경찰이 뒤늦게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된 윤모(49·구속) 총경에 대한 보강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윤 총경을 구속한 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계좌 추적 영장 발부 사실도 공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6일 “윤 총경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주식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며 “확보한 자료를 금감원에 분석 의뢰했다”고 말했다. 윤 총경이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정모(45) 전 대표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전달 받아 주식을 매입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총경은 경찰의 버닝썬 의혹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승리 등이 함께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윤 총경은 ‘경찰총장’으로 불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당시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며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애초 제기됐던 경찰 유착 의혹보다 가수 정준영의 ‘동영상 유포’ 사건 수사에 더 집중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윤 총경에 대해서는 승리의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게 단속 내용을 알려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승리와 유 전 대표가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사건에 대한 단속 내용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윤 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버닝썬 사건에서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사건 연루 단서가 드러난 윤모 총경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0.10 jieunlee@yna.co.kr/2019-10-10 11:02:46/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은 뒤 수사 기록을 검토했고 보강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윤 총경이 사업가 정모 전 대표의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정 전 대표로부터 수천만원 어치 주식을 받은 뒤 2016년 수서경찰서가 수사하던 정 전 대표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 윤 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총경은 지난 10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경찰청 수사국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운영계를 압수수색하는 중이다. 윤 총경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 관련 기록 등을 살펴보고 있다. 킥스는 경찰·검찰 등 형사사법 기관들이 형사사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전산망이다.

경찰은 금감원 분석 결과에 따라 윤 총경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검찰이 윤 총경에 대해 전방위 수사 중이어서 실효성은 거의 없다는 시각이 많다. 이날 계좌 추적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부실수사 의혹에 휘말리자 윤 총경 보강 수사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며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인 사안인데 뒤늦게 어떤 수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총경에 대한 추가 혐의 등이 처음 알려진 것은 검찰 수사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확인 요청이 들어와 최소한의 확인을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