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줄리아니·펜스, 줄줄이 자료 제출 거부 “탄핵조사 불법”

입력 2019-10-16 14:23 수정 2019-10-16 14:59

‘우크라이나 스캔들’ 핵심 관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조사가 불법이라며 미국 하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줄줄이 거부했다. 하원 탄핵 조사가 공식투표를 거치지 않았다는 건데, 하원을 주도하는 민주당은 탄핵조사 개시를 위한 공식투표가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실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탄핵을 둘러싸고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과 트럼프 행정부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 트럼프 대통령 개인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가 탄핵조사를 진행 중인 미 하원의 자료제출을 모두 거절했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 CNN방송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원 정보위원회와 감독위원회, 외교위원회는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백악관 행정예산관리국(OMB)의 러셀 보트 국장대행, 줄리아니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며 이날까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보류 과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국방부과 OMB를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를 1주일 앞두고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에게 군사원조를 보류하도록 지시했고, OMB 관계자들이 이를 국방부와 국무부에 전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미 행정부의 백악관은 이미 하원 탄핵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백악관 법무팀은 지난주 탄핵조사와 관련해 협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민주당에 보냈다. 국방부도 “소환장은 법적이고 실질적인 우려가 있다”며 “국방부는 이번에 소환장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줄리아니도 정보위에 “(탄핵)조사는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자료제출과 증인출석을 거부했다고 미국 CNN방송은 이날 보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거부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소환장을 발부받진 않았다. 펜스 부통령의 변호인 매슈 모건은 이날 하원 정보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지금의 ‘자칭’ 탄핵조사는 근본적인 공정성과 정당한 절차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위원회가 정상적인 질서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초당적·헌법적 보호와 권력분리를 존중하며 위원회와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원이 탄핵 조사 착수 여부를 공식적인 표결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투표는 필요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선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헌법은 하원에 탄핵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지만 탄핵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세부적으로 규정하진 않는다. 민주당 소속 톰 맬리나우스키 하원의원은 “과정에 대한 논쟁은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