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기상청 산하 국가태풍센터. 이곳에서 24시간 태풍 경로를 들여다보는 예보관들에게 2019년은 역대급 태풍 시즌이었다. 올해 총 19개의 태풍이 발생해 7개가 한반도를 지났는데, 이는 1950·1959년과 함께 최다 기록이다. 이중 ‘링링’ ‘타파’ ‘미탁’ 3개가 9월에 왔다.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한국을 지났다면 기록을 갈아치울 뻔 했다.
지난 14일 국가태풍센터에서 만난 정종운 센터장은 이처럼 가을태풍이 잦았던 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태풍 진로에 있는 해수 온도가 29도까지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남쪽 해상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29도 이상 고온을 유지했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확장한 것이 태풍 수 증가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8~9월 생성된 태풍의 반 이상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9월에는 13개 태풍 중 4개가 한반도를 지났지만 올해는 11개 가운데 6개가 관통했다.
예보관들은 태풍이 발생해 한반도를 향하기 시작하면 인공위성과 표류 부이(기상관측 구조물), 웨이브 글라이더(수중 로봇) 등이 수집하는 정보를 취합해 예상 경로를 작성한다. 김태훈 예보관은 “태풍 예상 진로가 시시각각 바뀌는 건 관측값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예측 모델이 정교하더라도 관측값을 제때 입력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예보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태풍센터는 ‘루사’(2002년), ‘매미’(2003년)가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간 뒤 태풍 분석·예보 업무 강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2008년 문을 열었다. 센터는 2011년 태풍 5일 예보를 정식 운영했고, 지난해에는 분석·예보·통계·훈련모듈 플랫폼인 ‘태풍현업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러나 아직 태풍 예보 인력 및 인프라는 취약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 예보관은 “태풍이 한반도로 접근하는 동시에 또 다른 태풍이 발생하면 센터의 모든 인원이 감시 업무에 투입돼도 역부족일 때가 있다”며 “올해는 기상청에 있는 레이더분석관과 예보분석관이 내려와 함께 근무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상주 태풍예보관 4명을 포함해 지원인력 등 총 14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국내에 태풍 전문가가 많지 않다”며 “기후 변화로 태풍 강도가 세지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잦아지는 만큼 연구 인프라를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