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죽음의 조’로 평가받았던 C조였다. SK텔레콤 T1(한국)이 경쟁자를 전부 잡았다.
SKT는 15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베르티 뮤직홀에서 펼쳐진 ‘2019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경기에서 클러치 게이밍(북미)을 26분 만에 제압했다. 앞서 프나틱(유럽)과 로열 네버 기브업(RNG, 중국)을 꺾은 바 있는 SKT다. 이날 승리로 3전 전승을 기록, 조 1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경쾌한 출발이다. 42분간 혈투를 벌였던 RNG전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었다. 올해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서머 시즌을 연속 제패한 챔피언은 짧은 휴식기 동안 새로운 기술을 연마해왔다.
바텀 듀오가 비(非) 원거리 딜러를 과감하게 꺼내 드는 건 이번 대회 들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프나틱전에선 상대의 ‘캣 타워(가렌·유미)’ 조합에 맞춰 바텀 케일을 골랐다. 클러치 게이밍전에선 미드·정글러와 스와프가 가능한 ‘야라가스(야스오·그라가스)’ 조합을 선택했다.
미드라인에선 트리스타나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올해들어 처음으로 선보였다.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었다. 지난 5월 ‘2019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참가했던 SKT는 바텀 소나 전략에서 아쉬움을 노출했다. 4강전에선 G2 e스포츠(유럽)의 변화무쌍한 밴픽에 휘둘리기도 했다. 약 5개월 만에 오지선다 문제를 푸는 쪽에서 내는 쪽으로 바뀌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상황에 따라서 새로운 챔피언을 꺼낼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지난 13일 RNG전 직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예전부터 다양한 챔피언을 많이 사용했다”면서 “지금도 어느 챔피언이든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혁의 개인 기량은 서머 포스트 시즌 때부터 쭉 상승세다. 그는 프나틱 상대로 미드 트리스타나를, 클러치 게이밍 상대로 아칼리를 선택해 노 데스 경기를 치렀다. RNG전에선 트위스티드 페이트로 드라마 같은 백도어 승리를 연출해냈다.
‘칸’ 김동하 역시 ‘국제대회 징크스’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냈다. 김동하는 2018년과 2019년 MSI에서 부진했다. 그러나 이번 롤드컵에서는 팀의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제 기량을 뽐내고 있다. 클러치 게이밍전에서는 아트록스로 ‘후니’ 허승훈(블라디미르)을 솔로 킬 내 팀에 상체 주도권을 안겼다.
올해 SKT는 유력한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다. 국내의 한 코칭스태프는 롤드컵 개막 직전 “우리가 G2와 스크림을 해보진 않았으나, SKT가 G2와 10번을 다시 붙는다면 10번 모두 이길 것 같다. 혹은 변칙 픽에 1번 정도 패배하고 9번 이길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선수들도 자신감에 차 있다. 지난 9일 독일로 출국하기 직전 국민일보와 만난 ‘하루’ 강민승은 “우리 팀이 제일 잘한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혁 역시 “언제나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만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SKT는 자신감을 결과로 증명하는 중이다. 이제 그룹 스테이지 2라운드 경기를 앞뒀다. 이들은 3일간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오는 19일 RNG와 프나틱, 클러치 게이밍을 차례대로 상대한다. 3일에 걸쳐 진행했던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는 하루에 3경기를 모두 치른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