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경찰, ‘유람선 참사’ 크루즈 선장 기소의견 검찰 송치

입력 2019-10-15 20:34 수정 2019-10-15 20:48
헝가리 부다페스트 경찰청이 15일(현지시간) 한국인 승객 2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경찰은 지난 5월 한국인 2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유람선 참사와 관련, 사고를 낸 크루즈 선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크루즈 선장이 우크라이나 국적인 만큼 헝가리 검찰이 해당 언어로 수사 자료를 번역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실제 기소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경찰청은 15일(현지시간) 오전 유람선 ‘허블레아니’ 호 참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청은 사고 직후 135일간 목격자 109명을 조사했고, 1만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나선 언드리안 팔 형사 사건 담당 부국장은 “지난 10일 사건 조사를 종료했다”면서 “허블레아니 호를 추돌해 많은 사망자를 낸 크루즈 ‘바이킹 시긴’ 호의 유리 C. 선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헝가리 현행법은 피의자가 30일 동안 수사 자료를 열람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유리 C. 선장의 경우 우크라이나 국적인 만큼 검찰이 해당 언어로 수사 자료를 번역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기소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리 C. 선장은 헝가리 형법 제233조 교통 방해로 다수의 인명 손상을 가한 혐의와 제166조 사고 후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형법에 따르면 이 같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될 경우 각각 최대 8년과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또 유리 C. 선장이 사고 당시 레이더 같은 안전장치를 모두 가동했지만, 경보 장치의 소리는 꺼놨다고 발표했다. 유리 C. 선장은 다뉴브강에 선박이 많아 경보 장치 소리를 켜놓으면 알람이 계속 울려 꺼놨다고 경찰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사고 직후 유리 C. 선장이 휴대 전화 정보를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포렌식 조사 결과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선장이 술을 마셨다는 의혹에 대해 “술과 마약 등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당시 선장은 선장실에 있었다는 점이 영상 및 음성 자료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선장이 여전히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 호가 앞에 있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리 C. 선장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5월 30일 구금됐으나 6월 13일 보석 석방됐다. 이에 반발한 검찰의 항소 및 비상 항고에 선장은 7월 31일 구속됐다. 헝가리 경찰은 또 사고 당시 바이킹 시긴 호를 뒤따라오던 같은 회사 소속의 크루즈 ‘바이킹 이둔’ 호의 선장에 대해서도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킹 이둔 호의 선장은 아직 피의자 신분은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29일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허블레아니 호 침몰 사고로 한국인 승객과 가이드 등 33명 중 25명이 숨졌고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에 있다.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도 모두 숨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