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네티즌 간 치열한 평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비난하거나 치켜세우며 평점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네이버 영화에서 ‘82년생 김지영’의 평점은 9월 말을 기준으로 3.7점(10점 만점)이었다. 해당 영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용자들이 가장 낮은 1점을 주며 영화 평점이 낮게 형성된 것이다. 반면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최고점 10점을 부여해 완전히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영화의 평점이 3점대에 머물게 된 것이다.
이처럼 평점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현상은 영화 관련 웹사이트 ‘왓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평점 분포도에서는 최저점(0.5점)과 최고점(5점)이 그래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 영화의 평점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발하는 사람들의 대립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댓글 창에는 “개봉도 안 했는데 평점 테러하는 거 봐라” “개봉 전부터 논란이 많아 아쉽다” “니들이 테러하면 난 5점(최고점) 줄 거다” “페미니즘에 대한 피로감으로 영화 자체를 보고 싶지도 않음” 등 평점 왜곡 논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왓챠 측 관계자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몇몇 분야의 영화에 소위 말하는 ‘평점 테러’나 ‘평점 몰아주기’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올해 개봉한 ‘캡틴 마블’의 경우에도 개봉 전에 (왓챠에서) 평점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며 “영화가 아직 정식 개봉하지 않아 특정 입장을 가진 분들이 대립적으로 영화 평점을 매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영화가 실제 개봉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평점 왜곡에 대한 부분도 지금보다는 많이 완화된다”고 밝혔다.
개봉 전에 평점 분포도가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는 “원래 개봉 전엔 평점 분포도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다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개봉일이 확정되지 않아 시스템에 개봉일을 기록해두지 않으면서 평점분포가 공개되는 버그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네이버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의 평점을 조회하거나 등록할 수 없다. 이번달부터 네이버가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는 평점 등록과 조회를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바꿨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화 서비스에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0월 1일부터 개봉 전 영화에 대해서는 평점을 매길 수 없도록 시스템을 바꿨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 입구에서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영화에서 주인공 ‘김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35)는 이날 영화를 둘러싼 평점 테러와 악플에 대해 “큰 부담은 없었다”며 “영화를 잘 만들고 결과물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에서는 김지영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여성들의 차별과 불평등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