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0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예선에서 승리한 직후 군대식 경례 세리머니를 펼쳐 구설에 올랐다.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대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국제적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럽축구연맹(UEFA)는 14일(현지시간) 터키 대표팀의 센크 토순이 알바니아와의 시합에서 골을 터트린 뒤 터키 선수들이 군대식 경례를 한 것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토순은 경기 직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장면이 찍힌 사진을 올리고 “조국을 위해, 특히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건 이들을 위해”라고 적었다. 터키가 쿠르드족을 침공한 상황에서 터키군의 공격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었다.
터키축구연맹조차 자국 선수들과 감독, 코치 등 팀 구성원 전원이 탈의실에 모여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용감한 군인 영웅들과 순교자들에게 이 승리를 바친다”고 밝혔다.
UEFA의 징계 규정에 따르면 축구 경기장 내에서 스포츠 행사에 맞지 않는 자극적인 메시지, 특히 정치적·이념적·종교적 성격을 띠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몸짓, 용어, 물건 등의 사용은 엄격히 금지된다. 필립 타운센드 UEFA 대변인은 이탈리아 ANSA통신에 “터키 대표팀 선수들의 거수 경례는 도발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이 상황을 조사할 것이라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터키와의 유로 2020 예선전 홈경기를 앞둔 프랑스에서는 경기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해당 경기 관람 계획을 취소했고, 급진 좌파 정당인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터키 대표팀에는 더이상 스포츠맨십이 없다. 그들과 축구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중도우파 정당인 민주독립연합(UDI)의 장 크리스토프 라가르드 대표는 “어떻게 축구 경기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우리와 동맹관계인 쿠르드족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일을 옹호하는 정치적 청원의 무대가 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