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최근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정 교수 조사를 마무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 교수의 건강 문제가 다시 변수로 떠오른 셈이 됐다. 조 전 장관 사퇴와 상관없이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15일 국민일보에 “정 교수가 최근 MRI 검사 등을 통해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며 “심각성 정도는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사임한 지난 14일 정 교수가 급히 조사 중단을 요청한 이유도 심경의 변화보단 건강상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도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건강상태를 입증할 의료진단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 측은 “기존 뇌수술 등 병력이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의료진과 상의 후 검찰에 진단서를 제출하고 조사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 자녀 입시, 동양대 컴퓨터 반출 등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정 교수가 대부분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난 14일 5번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서 열람과 날인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교수가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불거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 상태와 관련해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정 교수 측은 지난 4일엔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2004년 강도를 피하려다 건물에서 추락, 두개골 골절상을 당했고 최근 검찰 수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두통과 어지럼증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의 건강문제는 이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짓겠다는 검찰에 변수로 등장했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이 ‘건강 상태’를 고려해 발부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던 김경숙 이화여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당시 법원은 이를 발부한 적이 있다.
한편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 측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 측은 지난달 11일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 신청을 거부하자 지난 2일 법원에 이를 요청했고 8일엔 공판준비기일을 늦춰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 교수는 재판 개시 절차인 공판준비기일(18일)을 앞두고 “수사기록이 없어 재판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전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박모씨와 조모씨 2명을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지원자 부모로부터 2억1000만원을 받아 일부를 조 전 장관 동생에게 전달하고, 시험지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인 조씨도 뒷돈 8000만원을 받고 시험지를 유출해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조씨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사건의 주범을 조 전 장관의 동생으로 보고 지난 9일 법원에서 기각한 조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