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한 축구대표팀의 경기는 녹화중계를 통해 이르면 오는 17일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북측이) 경기 영상 DVD를 우리 측 대표단이 출발하기 직전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경기 전체 영상이 제공되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남과 북은 이날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치른다.
남북전은 이르면 오는 17일쯤 관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표팀이 경기 다음날인 16일 오후 5시20분쯤 평양에서 출발, 17일 자정을 넘겨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 당국자는 “(경기 영상 DVD가) 곧바로 방송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기술적으로 체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은) 제법 지났지만 직접 영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취재단 파견과 경기 중계 등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측에 요청했지만 끝내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식전으로 처음 성사된 남북전은 ‘깜깜이 평양 원정’이 돼버렸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당국과 축구협회 모두 국제기구 등을 통해 (우리 입장을) 제기했는데 원한 만큼 되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상황 등은 이메일을 통해 우리 측으로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중계는 사실상 어렵지만 경기 진행 상황 전달은 가능한 셈이다. 이 당국자는 “김일성경기장 내 기자센터에서 인터넷 사용을 보장받았다”며 “남측으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리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평양 고려호텔과 정부서울청사 내 상황실을 각각 설치했다. 이를 통해 경기 진행상황과 선수단 동정 등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남북과 북·미 간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번 평양 원정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적 갈등이 스포츠 분야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된 데다 최근 어렵게 재개된 북·미 실무협상마저 결렬되면서 북한이 더욱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