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온유(본명 이진기)부터 엑소 시우민(김민석), 2AM 조권, 인피니트 성규·성열, 빅스 엔(차학연), 워너원 출신 윤지성까지. 정상급 아이돌들이 한데 뭉쳤다. 오는 22일 개막하는 뮤지컬 ‘귀환-그날의 약속’에서다. 한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꿈의 캐스팅’을 성사시킨 건 다름 아닌 국방부다.
‘귀환’은 육군본부가 ‘그날들’ ‘모래시계’ 등을 만든 공연제작사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창작한 뮤지컬이다. 내년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을 소재로 삼았다. 비무장지대(DMZ)에 묻힌 남북 전사자 공동유해발굴을 염원하고, 그 발굴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극은 전우의 유해를 찾아 일평생 산을 헤매는 참전용사 승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온유와 시우민이 젊은 시절 승호를 연기한다. 대중적 흥미를 자아낼 만한 내용은 분명 아닌데, 관객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예매 오픈 직후 티켓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각 출연진의 팬들이 몰려 티켓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된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스타 캐스팅에 기댄 결과다. 지난해 주최한 군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도 11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지창욱 강하늘 등 인기 배우들을 기용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일반 상업 뮤지컬 못지않은 공연의 완성도도 한몫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출연진의 유명세 덕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과거 제작된 군 뮤지컬들에도 톱스타들이 대거 기용됐다. DMZ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인’(2008)에는 강타(H.O.T.) 양동근, 흥남철수작전을 극화한 ‘생명의 항해’(2010)에는 이준기 주지훈, 6·25전쟁 당시 벌어진 낙동강 전투를 소재로 한 ‘더 프라미스’(2012)에는 지현우 김무열 이특(슈퍼주니어) 등이 출연했다.
다만 이전 작품들은 국방홍보원 소속 홍보지원대(연예병사 제도)가 존재했을 때 제작됐다는 차이가 있다. 2013년 이 제도가 폐지된 이후 한동안 군 뮤지컬의 명맥이 끊겼으나 ‘신흥무관학교’를 기점으로 재개됐다. 연예인 출신 병사들이 일반 훈련을 받지 않고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연예병사 제도의 부활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심성율 육군본부 소통과장(대령)은 “특정 연예인 출신 병사를 개별적으로 섭외한 게 아니다. 육해공 말단 부대까지 공문을 보내 지원자를 받았고, 테스트를 거쳐 배우들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부대에서 소총병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활동한 재능을 살려 장병과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도 “입대한 연예인 장병의 경력 단절을 막는 한편, 군은 제작비 면에서 도움을 받는 윈-윈 전략”이라고 긍정했다. 다만 이를 통해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직된 사고로 애국심을 주입하려 하기보다, 전하려는 메시지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세련되게 포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