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와 지역 중소상인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화와 공론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나왔다. 중소상인도 입지에 따라 입장이 상충하고 소비자 편의성도 고려되면서 법으로만 해결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15일 신세계프라퍼티에 따르면 ‘스타필드 창원’(가칭) 입점을 둘러싼 3년 동안의 갈등이 경남 창원에 스타필드 지역법인 설립으로 일단락 됐다. 인·허가가 결정되기까지 약 1년 정도 걸리고, 대규모 점포 공사 등까지 감안하면 스타필드 창원이 문을 여는 데는 2023년 정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창원점 입점을 놓고 지역 중소상인들과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스타필드 유치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갈등이 이어지자 신세계와 창원시 등은 시민들이 참여한 공론화위원회를 열고 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통합회의에서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스타필드 창원점을 입점하도록 하되 지역법인을 설립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이날 경남 창원지법에 지역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신설법인의 설립자본금은 10억원이고, 초대 대표이사는 신세계프라퍼티 임영록 대표이사가 겸임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이로써 창원시 의창구에 연면적 33만㎡(지하 8층, 지상 6층) 규모의 복합쇼핑몰 건립에 첫 발을 딛게 됐다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고 시민사회가 함께한 공론화위원회에서 상생안을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지역 상권의 반발과 스타필드 입점을 환영하는 지역사회의 요구까지 두루 감안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역법인을 세워 지역사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경영을 하고, 고용이나 창업에 있어서 창원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류수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창원지부장은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는) 상인들이 원한 바가 아니고, 시장이 원하니까 어쩔 수 없이 했다”면서 “스타필드가 생기면 창원 자영업자 중 1만8000명~2만7000명이 실직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아울렛, 기업형슈퍼마켓 입점과정에서 이 같은 잡음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 롯데마트 입점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고, 경기도 하남의 코스트코 개점도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켰다. 일부 중소상공인들은 유통 대기업이 유통산업발전법의 빈틈을 노리고 ‘꼼수 출점’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전국 중소상공인 유통법개정 총연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정책토론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추진을 촉구했다. 총연대는 대규모 유통업체의 출점단계부터 골목상권과 상생을 검토하고, 대형 슈퍼마켓 등 준대규모 점포도 상권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연대가 특히 강조한 점은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 대상의 확대’다. 면세점과 전통시장을 제외하고 준대규모 유통업체까지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대형마트만 월 2회 의무휴업을 실시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시간을 제한받는다.
총연대는 특히 농협 하나로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 적용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총연대는 “지역상인들은 하나로마트에 대해 의무휴업일 적용을 강력하게 희망한다”며 “복합쇼핑몰, 프리미엄 아울렛,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5% 이상인 대규모 점포에 대해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무휴업일 지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다. 복합쇼핑몰이나 프리미엄 아울렛 등이 주말에 의무적으로 쉬게 되면 대형 쇼핑몰이나 아울렛에 입점한 중소상인들과 소비자들이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의무휴업일 확대에 대한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연중무휴 영업하는 이커머스 업계가 급성장한 판국에 이런 규제를 고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대형마트도 어려운 상황에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규제받아야 한다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수정 이택현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