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에서 발견되는 물고기의 절반이 주로 동남아시아권에서 볼 수 있던 아열대 어종으로 채워지고 있다. 제주는 연안 해수면 평균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변화되는 어업 환경에 맞춰 선제적인 수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제주 연안 출현어종의 43%가 아열대성 어류로 조사됐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청새치와 제비활치류, 보라문어를 비롯해 꼬리줄나비고기, 노랑 꼬리베도라치, 노랑벤자리, 파랑쥐치돔 등 알록달록한 온·아열대성 어종의 출현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제주 앞바다에 새로운 어종이 자주 목격되는 것은 해수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1968년 이후 50년간 우리나라 연근해역 표층 수온은 1.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표층 수온이 0.49℃ 오른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상승률은 2.5배 높은 상황이다.
제주는 수온 상승이 가파른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최근 29년간(1989~2017년) 우리나라 연안의 평균해수면 상승률은 연간 2.90㎜, 제주는 4.44㎜으로 동해안(3.70㎜), 남해안(3.09㎜), 서해안(2.07㎜) 보다 높았다.
수온 상승은 토착 어류와의 먹이사슬, 갈래·가시파래 대량 번식 등 주변 해역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멸치·참다랑어·고등어 등 난대성 어종의 어획량이 늘고, 명태·도루묵 등 냉수성 어종의 생산이 감소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제주도의 어가환경도 크게 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도 어가 인구는 2009년 1만8793명에서 2018년 9081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또, 지난해 제주지역 70대 이상 경영주 어가는 1695가구(42.2%)로 2009년 163가구(10.6%)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남해안과 제주연안 어업인들의 체감 실태와 인식에 관한 연구’에서는, 수온변화에 대해 체감하고 있는 남해안·제주 연안 어업인이 92.6%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반면 조사대상 어업인의 86%는 정부나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수산업 분야 기후변화대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제주의 어장·어가 환경이 변하는 만큼 그에 대응하는 수산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은 2012년부터 매년 제주 연안 주요해역에 대해 아열대 어종 출현 동향조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도 어업총생산량은 2018년 8만8894t으로, 2009년 9만5339t보다 6.8% 감소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