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추진했던 울릉부대 창설 계획이 흐지부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울릉부대 창설은 독도에 접근하는 세력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대 전력을 울릉도에 주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계획은 당초 해병대가 2018~2020년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중·장기 과제로 후퇴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이전에 울릉부대를 창설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병대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울릉부대 창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울릉부대 창설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계속되는 데다 끊이지 않는 중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과 한반도 주변 해상훈련 등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었다.
해병대는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2018~2020년을 목표로 울릉부대 창설을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당시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 위협을 거론하며 “울릉도 지역에 해병대 부대를 배치함으로써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해병대는 울릉부대 창설 시점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고만 보고했다. 다만 해병대는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울릉도에서 중대급 순환 훈련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 계획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만들어진 국방개혁 과제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군 관계자는 “울릉부대 창설안은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임무로 한다’고 국군조직법에 명시돼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방부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릉부대 창설은 공세적인 전략기동군으로서의 해병대 임무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울릉부대 창설은 군 차원이 아니라 정부 최고위급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검토 단계로까지 진전되지 못했다고 한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독도 경비를 해병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현재 경찰이 맡고 있는 독도 경비를 군으로 넘길 경우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울릉부대 창설은 해병대가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던 것이다. 주변국 상륙 전력이 강화되는 추세일 뿐 아니라 지난 7월엔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들이 독도 인근에서 ‘연합 공중전략 순항훈련’을 실시하는 등 전방위 안보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는 중국과의 연합 공중전략 순항훈련 당시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독도방위사령부 창설을 촉구하며 “이런 군사적인 행동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하는 것보다 우리의 의지를 과시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해병대는 2021년부터 미국 주도의 해외연합훈련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해병대는 홀수 해에 호주에서 열리는 대대급 상륙훈련 ‘탈리스만 세이버’와 매년 필리핀에서 열리는 중대급 상륙훈련 ‘카만닥’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