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의 눈에 비친 남북 축구 대결은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경기였다. 휴전 중인 두 국가가 경쟁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생중계는 안 되고, 경기장에 한쪽 응원단은 들어가지도 못할뿐더러 외국 기자도 없는 경기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이한 더비’였다.
영국 BBC는 15일 한국과 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다루며 이 경기를 둘러싼 상황과 현재 한반도 관계를 조명했다. 이 매체는 “남북이 대결하는 것은 드문 일이고, 북한의 수도인 평양에서 경기한다는 것은 더욱 흔치 않다”며 “그러나 생방송도 없고 관중석에는 한국의 팬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경기가 임박한 시점까지 방북 일정과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협조 요청에 시종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다가 뒤늦게 25명의 대표팀 선수와 축구협회 직원 30명에게만 입국 비자를 내줬다. 이 때문에 붉은악마 응원단을 비롯해 한국 취재진과 중계진도 평양 원정에 동행할 수 없게 됐다.
이날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오후 5시30분부터 진행되는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경기는 경기가 모두 끝난 후 DVD 영상으로 추후에 공개된다. 실시간 경기 진행상황은 북측에서 이메일을 통해 남측으로 전달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경기는 초저녁에 시작하지만, 이를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중계도 없으며 현재 북한에 있는 외국 관광객들도 이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현재 경색 국면인 남북 관계와 1990년 남북 통일축구를 비롯한 평양 원정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한 BBC는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37위, 북한은 113위로 차이가 크다”며 “이전의 맞대결에서도 대부분 한국이 이겼던 만큼 이번에도 유리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은 원정 팬이 한 명도 없는 홈 경기장에서 게임을 치르는 만큼 변수가 있다”며 “전에 본 적 없는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축구 더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남북 모두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를 한 명씩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에는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이 있고, 북한에는 최근 유벤투스에 입단한 한광성이 포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전세기로 평양을 방문해 남북 대표팀의 이번 경기를 참관할 예정이다. FIFA는 오는 2023년 여자 월드컵의 남북한 공동유치를 제안했으나 북한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