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9∼10차 사건 사이 4개월여간 청주에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춘재는 10건의 화성사건 외 청주에서 1991년 1월 청주 여공 살인사건, 두 달 뒤인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을 저질렀다.
이춘재가 청주에서 2명을 살해한 시기는 화성 9차 사건(1990년 11월)과 10차 사건(1991년 4월) 사이다.
경찰은 1991년 1월 26일 오후 8시30분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택지조성공사 현장 하수도관 속에서 박모(당시 16세)양이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양손을 뒤로 묶인 채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박양은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3개월의 수사 끝에 박모(당시 19세)군을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지만 법원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 판결하면서 미제로 남았다.
당시 박군은 이날 오후 8시50분쯤 같은 장소에서 김모(여·당시 32세)씨의 금 반지를 훔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숨진 박양처럼 하수도관으로 끌려가 양손을 묶였지만 가까스로 탈출해 목숨을 구했다. 김씨는 금 반지 3돈과 현금 1250원만 빼앗겼다.
강간치사와 강도 혐의로 억울한 누명을 받은 박군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는 두달여 뒤 3월 7일 청주시 남주동 가정집에서 주부 김모(당시 29세)씨를 살해했다고도 털어놨다. 흉기에 찔려 숨진 김씨는 발견 당시 고무줄에 양손이 묶여있었고 옷으로 입이 틀어 막혀있었다.
남주동 사건 당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피해자 이웃집에 살던 대학생 정모(당시 21세)씨를 붙잡아 조사했다.하지만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정씨의 지문이 나오지 않는 등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정씨를 풀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남주동에서 부녀자를 살해한 지 약 한 달 뒤 이춘재는 화성 10차 사건을 저질렀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 씨의 DNA가 검출된 화성사건의 3, 4, 5, 7, 9차 사건의 강간살인 혐의만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DNA가 나오거나 수사를 통해 이 씨의 범행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이 나오면 추가 입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