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조국 딸) 표창장 위조에 저렇게 많은 검사가… 황당했다”[전문]

입력 2019-10-15 11:20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14일 “죽을 때까지 찌르니 죽을 수밖에”라고 안타까워했다.

임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타깃을 향해 신속하게 치고 들어가는 검찰권의 속도와 강도를 그 누가 견뎌낼 수 있을까”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수사가 사냥이 되면, 검사가 사냥꾼과 몰이꾼이 되면 수사가 얼마나 위험해 지는가를 더러 봐왔다”며 “표창장 위조 혐의에 조차 사냥꾼들이 저렇게 풀리는걸 보며 황당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두에게 고통스러웠던 지난 두 달이었지만 연한 살이 찢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진주조개가 되듯 우리 모두의 고통이 검찰개혁이라는 영롱한 진주로 거듭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앞서 임 검사는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경찰청 국감에 검사가 발언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는 “검찰권이 거대한 권력에 영합해 오남용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검찰 공화국’을 방어하는 데에 수사권을 쓴다”며 “이런 오남용 사태가 너무 많아 국민의 분노가 지금 폭발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검찰권 오남용의 모든 피해는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검사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정말 절박하다”며 “내가 고발한 사건도 공소시효가 오늘도 (완료 시점을 향해) 지나고 있다. 내년 4월에는 김진태 전 총장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만큼 공수처 도입이 하루빨리 됐으면 좋겠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다. 내가 아는 것을 국민이 다 안다면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많다)”며 “나도 현직검사라 (수사권 조정이) 마음 아프지만 국민이 ‘더는 너희를 믿지 못하겠다’고 권한을 회수해 간다면 마땅히 우리는 내놓을 수밖에 없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글 전문.

늘공(직업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전투는 대개 늘공의 승리로 끝납니다.
늘공의 경륜이 선하게 쓰인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그 지식과 잔 기술이 개혁에의 저항으로 발현될 경우,
시간이 제한되는 어공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타켓을 향해 신속하게 치고 들어가는 검찰권의 속도와 강도를 그 누가 견뎌낼 수 있을까요
죽을 때까지 찌르니, 죽을 밖에요.
수사가 사냥이 되면,
검사가 사냥꾼과 몰이꾼이 되면,
수사가 얼마나 위험해 지는가를 더러 보아왔습니다만,
표창장 위조 혐의에조차 사냥꾼들이 저렇게 풀리는걸 보며 황당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요.

제가 고발한 검찰의 조직적 범죄 은폐 사건 등 중대 범죄들에 대한 수사는 제쳐둔 채
검찰은 장관 후보자의 일가에 대한 고발 사건에 화력을 신속하게 집중하여
결국 장관 교체에 성공했습니다.

전투의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기에, 오늘자 속보에 그리 놀라지 않습니다.
격랑의 지난 두 달,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케 하였으니,
성과 역시 적지 않지요

늘공과 어공의 전쟁은 결국 어공의 승리로 끝납니다.
선출된 어공은 시대의 흐름을 타니까요.
시대의 도도한 흐름은 거대한 암초를 만나도 타고 넘어서고,
끝내 암초를 부수어 모래를 만들어버리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습니다.

모두에게 고통스러웠던 지난 두 달이었지만,
연한 살이 찢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진주조개가 되듯,
우리 모두의 고통이 검찰개혁이라는 영롱한 진주로 거듭날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