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치연구소가 TV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존 모델이 된 외교관 ‘조지 포크’의 한국 관련 기록에서 한식에 얽힌 희귀 정보를 발굴했다고 15일 밝혔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광주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김치축제를 계기로 지난 2010년 1월 문을 연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1880년대 당시 조선 주재 미 외교관을 최초로 지낸 조지 포크(George C. Foulk. 1856-1893)가 작성해 남긴 문서는 조선시대 말기 한식 상차림에도 서양 코스요리에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던 애피타이저가 있었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연구단 박채린 박사는 조지 포크가 1884년 조선의 3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지방을 여행하며 당시 지방 관아 수령들로부터 접대 받은 음식 종류, 상차림 이미지, 식사 상황 등을 그림과 함께 구체적으로 기록한 문서를 찾아내 분석했다.
그 결과 한식 상차림에서도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예비 상차림(前食), 본 상차림(本食)으로 구별해 시간차를 두고 음식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비 상차림에는 과일류, 계란, 떡, 면류 등 전통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안줏거리가 제공됐다. 본 상차림 주요 메뉴는 밥과 국, 김치류, 고기류, 생선류, 전, 탕 등이었다.
프랑스의 오르되브르(hors d’oeuvre) 같은 하나의 독립된 전채요리(애피타이저)와 유사한 상차림 코스가 1800년대 전통 한식 상차림에도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 문서와 기록은 현대 한식 상차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내용으로 전통 한식문화의 계승·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한 끼 식사에 먹는 음식은 모두 한꺼번에 차려 제공하는 ‘한상차림’을 우리 고유의 상차림 양식으로 대부분 인식해왔다.
이에 따라 전통 한식문화 정립을 두고 조지 포크가 남긴 문서와 기록에 관한 해석과 활용 방안 등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연구단장은 오는 16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2019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을 통해 ‘조지 포크가 경험한 19세기 조선의 음식문화’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한다. 박 단장은 주제발표에서 이들 기록을 자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구한말 주한 미국 임시 대리공사이던 조지 포크는 고종의 신임을 받아 조선의 자주적 주권 유지와 근대화 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이병헌 분)의 실존 모델이다.
드라마의 줄거리처럼 조지 포크는 미 해군 장교 출신으로 서양인으로는 최초로 조선어를 구사하고 조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인물이다.
조선의 근대화 추진 과정에서 청나라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음해에 시달렸으며 미국이 조선에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대한 배상을 추궁하자 이를 반대하여 본국과 마찰을 빚는 등 조선을 위해 활동하다 37세 나이에 요절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