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불출마 선언…“부끄러운 정치, 바꿔 놓을 자신 없어”

입력 2019-10-15 10:16 수정 2019-10-15 10:21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2017.05.16.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15일 입장문에서 “의원 생활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그래서 저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순번 8번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지난 일요일 사무실에서 일하다 한강 둔치길을 걸어 퇴근했다”며 “서늘한 바람에 노란 보름달의 청아함까지... 아주 좋았다. 이런 느낌이 참 소중한 요즘”이라고 했다. 이어 “‘왜 그리 자주 NG를 내고/ 눈물을 감추고/ 마른 입술을 깨물어야 했을까요’ 단역배우의 슬픔을 담은 전동균의 ‘행인3’이란 시의 한 대목”이라며 “지금의 제 심정이 정확히 이렇다”고 했다.

이 의원은 ‘조국 국면’을 언급하며 “그 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며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뿐”이라며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이라며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며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다.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조국 전 장관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며 “개인 욕심 때문에 그 숱한 모욕과 저주를 받으면서 버텨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한 고통스런 인내였다고 믿는다”며 “검찰개혁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