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 참가자 사이 다툼 과정에서 권총 모양의 분사기를 허공에 겨눈 70대 남성에게 2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일염)는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72)씨에게 원심과 같이 벌금 300만원을 명령했다고 15일 밝혔다. 맨 손으로 공격하려는 사람에게 호신용 분사기를 쓰는 것은 정당방위 범위를 벗어나 협박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박씨는 지난 2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행진 중이던 태극기집회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여성 참가자 3명과 시비가 붙었다. 경찰은 박씨가 먼저 시비를 건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때리려는 듯 손을 올리자 박씨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권총 모양의 분사기를 오른손으로 꺼내 허공을 향해 겨눴다.
1심 재판부는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봤던 경찰들의 진술을 종합해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분사기가 권총과 매우 유사하게 생겨 협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박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박씨는 피해자 3명이 자신보다 체격도 좋고 성격이 거칠었다는 점, 피해자들이 먼저 자신을 때리려 위협했다는 점을 근거로 항소했다.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맨손으로 공격하려는 상대에게 위험한 물건인 분사기로 대항하는 것은 사회통념을 초과한 방어행위”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피고인은 상해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11회에 걸쳐 받은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박씨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