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 보고 따라해’,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 만드는 이유

입력 2019-10-15 07:00

구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행사를 열고 스마트폰 픽셀 4(Pixel 4) 등 하드웨어 신제품을 공개한다. 검색과 서비스 중심인 구글이 하드웨어 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안드로이드 진영 우군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픽셀 4와 픽셀 4 XL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픽셀 4와 픽셀 4 XL은 후면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다. 카메라 성능이 가장 뛰어난 스마트폰으로 꼽히는 전작의 명성을 이어 카메라에서 비약적인 성능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구글은 ‘프로젝트 솔리(Soli)’로 불리는 레이더 기반 동작 인식 칩셋도 새롭게 픽셀 4에 탑재했다. 이 칩셋은 스마트폰을 터치하지 않고 손동작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이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다이얼을 돌리는 동작을 하면 음악 볼륨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식이다. LG전자가 G8에서 선보인 ‘에어 모션’과 유사하다.
캐나다 베스트 바이에 잠시 올라왔던 픽셀4 이미지

구글이 솔리를 탑재한 건 스마트폰을 넘어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에서 동작 인식을 표준으로 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튜브는 동작으로 동영상을 검색하는 서비스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어디서 본 적은 있지만, 누구의 춤인지 기억이 안 날 때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면 유튜브가 가수를 찾아 해당 동영상을 보여주는 식이다. 구글은 최근 라디오에서 손동작으로 주파수를 바꾸고 볼륨을 조절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 강력한 스마트폰 제조사를 안드로이드 우군으로 두고 있는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을 만드는 건 솔리 같은 새로운 기능을 먼저 상용화해 빨리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구글은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누구나 무상으로 쓸 수 있게 개방해놨다. 이는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지만, 반대로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데는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제조사가 안드로이드를 가져다 자신에게 맞게 수정하는 과정에서 ‘파편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안드로이드 10을 지난달 4일 공개했는데, 안드로이드 10을 적용한 스마트폰은 픽셀을 제외하면 에센셜폰, 원플러스 등 몇 개 정도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으로 베타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구글로선 최신 OS를 각 제조사가 빨리 써주기 바라지만, 제조사는 입장이 다르다. 애플이 새로운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 즉각 아이폰 사용자들이 적용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 때문에 픽셀처럼 직접 만드는 기기와 표준화된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선보여 구글이 제시하는 기준을 따르기 바라는 것이다.

픽셀 4가 한국에 출시할지도 관심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픽셀 시리즈를 국내에 들여오지 않았다. 픽셀 물량이 많지도 않은 데다, 이통사 서비스를 선탑재할 수도 없어서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메라 성능 때문에 픽셀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자급제 폰이 늘어나고 있어서 구글이 직접 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