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만큼 나쁜 오존…‘뻑뻑한 눈’ 안구 건조증 악화

입력 2019-10-15 06:00

대기 중 오존(o₃) 농도가 높으면 안구 건조증이 심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구 건조증 환자가 높은 오존 농도에 1주일 정도 단기 노출됐을 때 안구 불편감은 심해지고 눈물 분비량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오염 물질 가운데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오존이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천대 길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는 안구 건조증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대기 중 오존 농도 변화에 따른 자각 증상과 눈물 분비량 등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4일 밝혔다.

오존이 안구 건조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상관 관계를 밝혀낸 건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오존은 대기 중 미량 기체로 인체에 해로운 ‘활성산소’ 생성의 주요 원인이다. 호흡기 질환과 악성 천식, 피부 염증, 사망률 증가 등 다양한 악영향을 끼친다. 국내에선 매일 대기 중 오존 농도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에 오존 농도 증가에 따라 오존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남성 7명, 여성 26명의 총 66안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평균 나이는 55.2세였다.
연구는 대상자들의 첫 검사와 2개월 후 추적검사 시 이전 1주간 노출됐던 평균 대기 오존농도 그리고 안구표면질환지수(OSDI, Ocular Surface Disease Index)와 눈물 분비량, 눈물막 파괴 시간 등을 조사해 이뤄졌다.
오존 농도는 하루 오존 농도의 평균치로 매월 산정했다. 초진 시 오존 농도는 0.019±0.017ppm 이었다.

연구 결과,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할 때 OSDI점수는 3.43포인트 높아졌고 눈물 분비량은 1.43㎜ 감소했다.

예를 들어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보통 수준(0.03~0.09ppm)인 0.04ppm에서 나쁨 수준(0.091ppm~0.15ppm)인 0.1ppm으로만 변한다 해도 OSDI 점수는 20.58포인트 높아지고, 눈물 분비량은 8.58㎜ 감소한다. 이 같은 수치 변화는 실제 환자가 큰 불편감을 호소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눈물막 파괴 시간과 각막 형광 염색 점수는 오존 농도와 연관성이 없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안과저널인 ‘코니아(Cornea’ 7월호에 게재됐다.

안구 건조증은 눈물을 만들지 못하거나 눈물 성분이 부족해 빨리 마르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눈물은 안구를 적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눈에서 분비되는 눈물량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된다. 안구 건조증은 줄어든 눈물 분비량과 건조한 기후, 대기오염, 미세먼지, 황사 현상 등으로 더욱 악화된다. 요즘처럼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가을에 더욱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안구 건조증은 눈을 찌르는 듯한 느낌,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 눈이 뻑뻑하고 자주 깜박거리게 되는 느낌, 눈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결막염의 경우 안구 건조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

김동현 교수는 “가을철에는 안구 건조증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며 “안구 건조증과 결막염이 서로 잘못 진단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는 원인 물질을 피하고 인공 눈물을 보충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안구 건조증 환자는 헤어 드라이어 사용을 자제하고 바람 및 흡연 노출을 피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