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중국판 나스닥’ 개설 신청…홍콩에 위협될까

입력 2019-10-14 17:54
마카오의 스카이라인.글로벌타임스 캡처

카지노 산업에 의존하는 중국의 특별행정구 마카오가 증권거래소를 열겠다고 중앙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카오에서 실제로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면 바로 옆 홍콩의 ‘금융중심지’ 위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여건으로 볼 때 마카오에 증시를 개설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허샤오쥔 광둥성 금융감독관리국장은 지난 12일 광저우에서 열린 금융 포럼에서 마카오가 중앙정부에 역외 위안화 증시 개설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허 국장은 “우리는 ‘역외 위안화 나스닥’을 만든다는 열망을 갖고 마카오 정부가 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도왔다”며 중앙정부가 마카오 반환 20주년을 맞아 증시 개설을 허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카오 반환 20주년은 오는 12월 20일이다.

마카오 당국은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위안화 증시의 설립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마카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카오측은 이어 “새로 추진되는 증시는 현재의 증권거래소들과는 차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본토에는 상하이와 선전에 각각 정규 증시가 개설돼 있고, 중국 본토 밖의 홍콩에는 홍콩달러로 거래되는 증시가 있다.

량하이밍 하이난대 일대일로 연구소장은 “마카오는 이웃 광둥성 등 본토의 발전과 연계돼 있으며 일국양제 시스템을 활용해 보다 빠른 발전을 할 수 있다”며 “마카오에 증시를 개설하면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카오의 증시 개설 추진은 홍콩과 마카오, 광둥성을 경제권으로 묶는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개발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홍콩과 맞닿은 선전을 세계 선도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홍콩이 대만구 개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마카오에 증시 개설이 허용되면 홍콩의 소외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성 등을 두루 따져볼 때 마카오에 증시를 개설하는 것은 현실성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톰 찬 홍콩 증권거래중개인 협회장은 “마카오가 홍콩이 이미 확립한 증권 거래 중심지가 될 장점을 별로 발견할 수 없다”며 “마카오는 상장 승인과 규제 시스템 마련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