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까지 보름 정도 남은 가운데 영국이 이번주 합의에 도달하든지, 아니면 시한을 추가 연장할지 결정하게 됐다. 오는 17~18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회담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추인해야 하는만큼 이번주가 영국과 EU의 마지막 협상 시간이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연설을 통한 정부의 브렉시트 계획안 발표한 뒤 EU정상들과의 릴레이 회담으로 브렉시트 합의안 도출을 위한 마지막 승부에 나섰다.
존슨 총리는 지난 2일 그동안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논란이 되어온 ‘안전장치(Backstop)’를 폐기하는 대신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뼈대로 하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안전장치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브렉시트 이행기간 내에 양측이 미래 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이다.
존슨 총리는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EU와 체결한 합의안에 포함된 안전장치를 영국에 ‘독’이 된다며 반대해 왔다. 그가 제시한 수정안은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이행기간 종료 후에 북아일랜드는 영국 본토와 함께 EU 관세동맹에서는 탈퇴하되 2025년까지 농식품 및 상품과 관련해서는 EU 단일시장 규제를 적용받는다. 대신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및 의회에 거부권을 부여해 EU 규제를 계속 적용할지 여부를 4년마다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수정안에 대해 EU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존슨 총리는 지난 10일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의 양자회동에서 자신이 제시한 대안 중 세관 및 동의(거부권) 문제와 관련해 일부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정안은 북아일랜드가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받는 것을 뼈대로 한다. 즉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협상 EU 수석대표는 13일 밤 EU 외교관들에게 “영국이 제시한 안은 기괴할 정도로 복잡했다”면서 “"현대 공급망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두 개의 관세 체제가 한 지역에 공존한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EU 협상단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존슨 총리는 17~18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렉시트 협상을 성사키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존슨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에 다시 한번 전화통화를 해 브렉시트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면 토요일인 오는 19일 의회에서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물론이고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과 보수당의 연정 상대인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DUP)조차도 존슨 총리의 수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설사 EU와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영국 의회에서 승인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영국 언론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존슨 총리는 앞서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하원이 노딜 저지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실질적 데드라인은 오는 19일이 될 전망이다. ‘벤 액트’로 불리는 노딜 저지 법안은 19일까지 합의안이 마련되지 못하면 브렉시트를 3개월 미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존슨 총리가 31일 법을 어기고 무조건 브렉시트를 시행함으로써 ‘브렉시트 순교자’가 되는 방법도 여전히 잔존한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노딜 브렉시트 실행 가능성에 대비해 야권에서 총리를 대신해 영국 법원이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브렉시트 둘러싼 정국은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