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이 네팔 방문길에 ‘중국분열 기도’ 세력을 지칭하며 “뼈가 으스러질 것”이라고 경고해 홍콩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스몰딜’로 한숨을 돌린 중국이 계속 격화되는 홍콩 시위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만간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3일 카트만두에서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네팔 총리와 회담하며 “중국 어느 곳에서든 분열을 기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뼈가 으스러지고 몸이 가루가 되는 결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의 분열을 지지하는 어떤 외부의 세력도 중국 인민들은 허황된 망상에 빠진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올리 총리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면서 “반 중국 세력이 네팔에서 벌이는 분리주의 활동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좁게 보면 네팔에 있는 티베트인들의 독립 요구 활동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네팔에는 약 2만명의 티베트인들이 망명해 살고 있지만 네팔 정부는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티베트인들에게 점점 강경한 입장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 주석의 방문에 맞춰 티베트 독립 시위를 벌이려던 활동가 10여명이 네팔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시 주석이 ‘티베트 독립’ 움직임 뿐아니라 반중 구호와 독립 주장이 날로 강해지는 홍콩 시위대에 방점이 찍힌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심각한 홍콩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홍콩 시위대의 배후로 지목된 미국 등 모든 직간접 세력에 대한 경고”라며 “이는 대만과 신장위구르 문제에 개입하려는 어떤 세력에 대한 경고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홍콩마카오학회’의 라우슈카이 부주석은 “시 주석의 발언은 홍콩과 대만 등 어느 곳에서든 분리주의 시도를 막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중국은 홍콩 정부가 시위에 강경하게 대처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날 홍콩 시위에서는 시위대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이 목을 다치는 등 양측의 충돌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홍콩 경찰은 전날 오후 쿤퉁역에서 시설파괴 대응에 나선 한 경찰관이 괴한들에게 뒤에서 흉기로 목을 공격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격당한 경찰관이 목에서 많은 피를 흘리는 등 시위현장에서 경찰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본토의 무장병력을 투입해 진압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 커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이달내로 열리는 공산당 19기 4중전회 전후로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2월 헌법상 국가주석 임기규정 삭제를 의결한 3중전회 이후 20개월 만에 열리는 전체회의다. 통상 전체회의 개최가 확정되면 일정을 공개하지만 올해는 아직 일정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4중전회를 앞두고 미국과 ‘농산물 구매’와 ‘추가 관세 인상 보류’ 등 서로 요구 조건을 주고받으면서 ‘스몰딜’에 합의해 회의에 임하는 시 주석의 어깨도 가벼워졌다. 시 주석은 무역전쟁 ‘휴전’ 외에도 10~13일 인도와 네팔을 방문해 우호를 다지는 성과를 강조하는 등 안팎으로 입지를 과시하는 분위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해 4중전회는 중국특색 사회주의 제도 견지와 완비 연구, 국가통치체제와 통치력 현대화 추진 등이 주요 의제로 올라있다. 앞서 4중 전회 개최가 결정되자 중국 전치전문가인 천다오인은 “당 지도부가 시 주석 체제의 지도력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4중전회는 시 주석의 권한에 더 힘을 실어주는 무대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일각의 관측처럼 시진핑 지도부가 홍콩 사태 장기화에 따른 책임 추궁을 당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오히려 시 주석의 입지를 재확인하면서 홍콩 시위에도 강경 대응 목소리가 더 커질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