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공방’ 속 민중기 법원장 “조국 동생 영장기각은 법·원칙 따른 것”

입력 2019-10-14 16:14
민중기(가운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최현규 기자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 법원장은 조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달라는 야당 측 요구에는 “절대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법원장의 영향력과 무관하게 명 부장판사가 독단적으로 기각한 것이냐”고 민 법원장을 추궁했다. 민 법원장은 “명 부장을 포함해 대부분 판사는 법관의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기각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씀이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권의 논란과 무관하게 조씨의 영장기각 결정에 법적 흠결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국감은 조 장관 동생의 영장 기각에 대한 여야간 공방으로 이어졌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질의 순서 전 “명 판사가 법관의 재량권 범위를 초과해 조 장관 동생 영장을 기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 판사를 비롯한 영장전담판사를 현장 증인으로 채택해 영장 발부 기준이 뭔지 국민에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당 측은 반발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이자 기소된 사건에 행해진 영장 심판을 국회가 압박하는 것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맞섰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도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를 한국당 의원총회 허가 받고 하라는 법은 없다”며 “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묻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나고 재판에 간섭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국감 시작 한 시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여야는 40여분간 명 부장판사의 출석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협상 결렬 후 취재진을 만나 “민 법원장에게 명 부장판사가 자진 출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민 법원장은) ‘절대 못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명 부장판사 출석이 막힌 뒤에도 영장 관련 공세를 이어갔다. 정점식 의원은 “조 장관 동생은 수사 개시 전부터 관련자에 대한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실행했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없느냐”고 민 법원장에게 물었다. 장제원 의원도 “조씨는 종범 두 명의 도피를 지시하고 허위진술을 지시했는데 기각돼 ‘로또 기각’이란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민 법원장은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 구체적 기각 사유를 말하는 것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가 예정돼 있어 종전 영장심사가 잘못됐다고 하면 발부하라는 게 되고, 잘됐다고 하면 기각을 암시하게 돼 난처하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