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진출 선언…방준혁의 ‘비게임’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19-10-14 16:11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투자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그동안 게임사업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 분석 및 운영 노하우를 웅진코웨이의 기기에 적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을 이끄는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비(非)게임 사업에도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렌털 업계 1위 업체를 인수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넷마블은 14일 “웅진코웨이의 지분매각 본 입찰에 참여했고 매각주관사로부터 당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주식 25.08%를 1조8300억원에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인수 배경에 대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비즈니스 확장 기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넷마블 경영진이 구독경제 및 스마트홈 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업체인 넷마블이 전혀 상관없는 업종의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배경에는 ‘구독경제’에 대한 사업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매달 일정한 이용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렌털 서비스의 진화된 개념으로, 전세계적으로 IT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렌털 사업의 체계를 IT 플랫폼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스마트홈 시장에서 정기적인 수익 창출을 이끌어 낸다는 구상이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가 북미 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공기청정기 ‘에어메가’ 서비스를 사례로 제시했다. 에어메가는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필터 교체주기를 계산하고, 교체가 필요할 경우 아마존에 자동주문해주는 시스템이다. 넷마블은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이 2020년 5300억달러(약 600조원)에 달하고, 국내 개인 및 가정용품 렌털 시장 규모 역시 10조7000억원까지 고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는 위기 때마다 적극적인 M&A(인수합병)로 사세를 확장해왔던 방 의장의 승부수라는 평가다. 방 의장은 IT·게임 업계에서 보기 드문 비 개발자 출신 CEO로, 최근 비게임 분야로 사업 외연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4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 25.71%를 2014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방 의장은 빅히트엔터를 이끄는 방시혁 대표의 사촌 형이다.

2011년에는 보안장비 솔루션업체 인콘을 인수하며 전자유통업에 도전했고,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둔 뒤 매각했다. 지난해 초에는 박성훈 전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를 영입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한편 넷마블은 게임 산업에 대한 한계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이번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넷마블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 감소하는 등 주력사업인 게임의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권영식 대표는 “현재 게임 산업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게임에 대한 투자도 적극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