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터키 시리아 침공 야욕 과소평가했나… “에르도안이 허풍치는 줄 알았다”

입력 2019-10-14 15: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시리아 침공 야욕을 그동안 과소평가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시리아 북부를 침공해 쿠르드족을 소탕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허풍을 치고 있다고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시리아 내 쿠르드족 문제와 관련,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시리아 침공을) 해볼 테면 해보라’는 뜻을 밝혀왔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침공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것으로 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모두들 에르도안 대통령이 허풍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터키가 실제로 시리아 침공을 감행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을 혼자서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터키가 국제사회의 비난과 미 의회와의 잡음을 감수하면서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과 쿠르드족과의 갈등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지역에 미군이 주둔 중임을 언급하며 터키군이 시리아로 진격하지 못하도록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군 주도의 국제 연합전선이 진행해온 IS 격퇴전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틈을 타 초강수를 던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 계획을 통보해 사실상의 동의를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IS 격퇴전이 마무리되는 대로 미군을 철군하겠다는 뜻을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시리아 주둔 미군을 조만간 철수할 것이며 미국은 쿠르드족을 지켜줄 의사가 없음을 암시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터키 측 소식통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이 허풍을 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부분 억제를 해줄 것으로 믿은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군은 현재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한 뒤 이 지역에서 쿠르드족을 내쫓고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해 허풍을 친 것일 뿐, 실제 목표는 그보다는 작았다고 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