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하면 떠오르는 제주 흑돼지의 깊은 맛에는 비밀이 있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는 국내외 11개 대학 및 연구기관과 재래돼지 유전자에 관해 공동 진행한 연구에서, 맛에 관여하는 ‘육질유전자’(변이-MYH3)를 찾아냈다고 13일 밝혔다. 육질유전자를 보유한 돼지는 식감을 좋게 하는 근내 지방 함량과 적색육이 일반 돼지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육질유전자는 돼지의 MYH3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했을 때 특정 염기서열 부위에 6개의 염기결손이 있는 변이 유전자를 말한다.
연구진은 제주재래돼지와 렌드레이스 교배 군에서 근내지방함량·적색육·적색근섬유 등 육질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12번 염색체에서 염기 결손상태의 독특한 원인 유전자를 찾아냈다. 제주재래흑돼지의 경우 외산종인 랜드레이스 종과 달리, 근섬유 조성에 관계하는 MYH3 유전자를 구성하는 수만 개의 염기 중 6개의 염기가 결손 상태인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제주재래돼지가 보유한 변이-MYH3 유전자가 돼지고기의 근섬유 조성에 영향을 미쳐 육질의 차이를 만든다는 의미다. 실제 제주재래돼지의 육질을 확대하면 다른 종에 비해 적색근섬유가 3배 가까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와 함께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의 결손 유무로 육질을 진단하는 간이 검사 장비를 개발해 국내와 일본에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중국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에서는 특허등록 심사가 진행중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병철 난지축산연구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재래돼지 개량과 산업화에 힘써 제주산 전통 흑돼지를 세계적인 품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재래돼지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각 가정에서 남은 음식과 인분을 처리하기 위한 용도로 집 밖 변소(돗통)에서 흔하게 길러졌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며 성장 속도가 빠른 외국산 개량종과의 교잡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자, 제주도는 1986년 재래종 돼지 5마리를 확보해 현재까지 순수 혈통을 관리해오고 있다. 제주재래돼지는 현재 천연기념물(제550호)로 지정돼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