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가전이 20여년 만에 주요 혼수품으로 재등장했다. 신혼집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좁은 신혼집에서도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힐링 혼수품’으로 사랑받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가을 혼수 시즌인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음향 가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1%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블루투스 스피커, 오디오, 턴테이블, 우퍼 등 종류도 다양하다. 보스, 뱅앤올룹슨 등 200~300만원대 프리미엄 가전도 인기가 높다.
음향 가전은 2000년대 초반 홈씨어터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7년까지만 해도 주요 혼수품목 순위권 밖에 있었다. 당시 1~5위는 대형 냉장고, 세탁기, TV 등의 필수품목이 고정적으로 차지했다. 신혼부부들의 취향이 반영되는 6위권 밖도 ‘전기 안마기’ 등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혼수 트렌드가 변했다. 음향가전 매출을 연령별로 분석하면 20대(25%)와 30대(38%) 비중이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젊은 부부들이 혼수 장만을 위해 고가의 음향장비를 구입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젊은 부부들의 생활 터전과 방식이 바뀐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신혼집 마련이 어려워 집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가운데 주 52시간이 정착된 맞벌이 부부들이 퇴근 후 집에서 ‘힐링’할 수 있는 혼수품을 찾다 보니 음향 가전이 안성맞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대신 핸드폰과 컴퓨터를 이용하는 젊은 신혼부부가 카페처럼 음악이 흐르는 신혼집 분위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트렌드에 맞춰 주요점포에 음향ㆍ영상 가전 매장을 별도로 구성하고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강남점에서는 생활전문관이 자리한 9층에 보스, 제너바, 골드문트 등 음향 가전 브랜드를 따로 모아 고객들이 한곳에서 관련 상품들을 비교 구매할 수 있도록 꾸몄다. 매장 옆에는 별도의 ‘청음실’도 만들어 고객들이 직접 음질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부산 센텀시티점도 지난 8월에 각 층에 흩어져있던 음향 가전 브랜드들을 8층 생활 층에 모아 영상·음향 가전 구역을 완성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