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명재권 판사 나와라” 민중기 법원장 “절대 못 불러”

입력 2019-10-14 14:39
민중기 서울지방법원장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서울행정법원 등에 대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최현규 기자

여야는 14일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법 등 수도권 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증인 출석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명 부장판사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인물이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명 부장판사를 출석시키라는 야당 측 요구에 “절대 못하겠다”고 말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 본 질의가 시작되기 전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어 “명재권 영장판사가 조 장관의 동생 영장 기각에 법관의 재량권 범위를 훨씬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 판사를 비롯한 영장전담판사를 현장 증인으로 채택해 영장 발부 기준이 뭔지 국민에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 논의를 하고 국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권능과 직위, 직무를 이용해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이자 기소된 사건에 행해진 영장 심판을 국회가 압박하는 것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맞섰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를 한국당 의원총회 허가 받고 하라는 법은 없다”며 “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묻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나고 재판에 간섭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자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국감 시작 한 시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여야는 40여분간 명 부장판사의 출석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협상 결렬 후 국감장 옆에 있는 기자실을 찾아와 “민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명 부장판사가 자진 출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민 법원장은) ‘절대 못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측은 국감이 재개된 이후에도 법원의 영장심사에 관련된 질문을 이어갔다. 정점식 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 동생은 수사 개시 전부터 관련자에 대한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실행했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없느냐”고 물었다. 장제원 의원도 “조씨는 종범 두 명의 도피를 지시하고 허위진술을 지시했는데 기각돼 ‘로또 기각’이란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민 법원장은 “관련 수사가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 기각 사유를 말하는 것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씨에 대한) 재청구가 예정돼 있어 제가 종전 영장심사가 잘못됐다고 하면 발부하라는 게 되고, 잘됐다고 하면 기각을 암시하게 돼 난처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