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직후 거론된 ‘2주 뒤 협상 재개’ 시한이 이번 주로 다가왔지만 당장 재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협상 재개를 위한 북·미 간 접촉이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실무협상이 열릴 수 있고, 이때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면 다음 달 중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톡홀름에서 성과 없이 헤어질 때 스웨덴 정부가 ‘2주 뒤 협상 재개’를 제안하자 미국은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북한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짧은 2주일 동안에 (미국이) 어떻게 새로운 셈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지 매우 의심된다”며 2주 뒤 협상 재개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우리 정부 당국은 현재까지 북·미 간 구체적인 접촉 정황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미 소통 창구인 ‘뉴욕 채널’은 열려 있지만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은 아직 없다는 얘기다.
앞서 북한은 스톡홀름 협상이 결렬됐을 때 마치 준비해놨던 것처럼 김 대사의 현지 성명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대화 모멘텀을 위해 협상장에는 나왔지만, 미국 측의 획기적인 양보가 없다면 협상을 깬다는 결론을 평양 출발 전부터 세워뒀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지난 협상 결렬 때부터 협상 재개 시점도 면밀히 고려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워싱턴을 찾은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12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북·미 실무협상이 2주 후는 아니지만 3∼4주 후에는 열리지 않겠는가”라며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에는 실무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무협상이 열린다면 상당한 정도의 접근을 사전에 해 용을 그려놓고 눈동자만 찍는 식으로 협상하지 않겠나”라며 “(그렇게 되면) 북·미 3차 정상회담도 11월 중에는 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도 “북한이 스톡흘름에서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바로 돌아와서 (2주 후에) 협상 테이블에 앉기는 어렵다”면서 “두 번째 실무협상에 나오는 시기를 북한은 고민하고 있을 텐데, 정상회담까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헌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