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에서 ‘도시 개발과 무덤의 표준화’를 이유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묘지들을 대량으로 파헤친 것으로 나타났다.
AFP는 중국 당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조성된 위구르인들의 묘지를 파헤쳐 없애고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AFP와 위성사진 분석 전문인 어스라이스 얼라이언스(Earthrise Alliance)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적어도 45곳의 위구르인 묘지를 발굴한 후 평지로 만들었다. 이 중 30여곳에 대한 발굴은 지난 2년 동안 이루어진 것이며, 묘지에서 파낸 사람 뼈들이 이리저리 뿌려지는 등 심각하게 훼손됐다.
해외의 위구르인들은 이러한 묘지 파괴에 대해 “위구르족의 민족 정체성을 없애고, 그들의 삶을 중국공산당 체제 아래 통제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당국의 정책으로 인해 증조부의 묘지가 모두 파괴된 살리 후다야르라는 위구르인은 “민족 정체성을 없애 한족 문화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라고 분노했다.
신장위구르 남서부 잉지사에 가족의 묘가 5대째 묻혀있다고 알려진 위구르 인권활동가 누르굴 사우트는 2016년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신장을 방문한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묘소를 볼 수 없었다. 그는 “이번 파괴는 단순히 종교적 박해만은 아니다”라며 “묘소를 없앰으로써 이 땅에 깊게 자리 잡힌 위구르 민족을 뿌리째 뽑아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무덤 외에 유명인 묘소도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 악수에 안치되었던 위구르 시인 루트풀라 무텔립의 묘소는 ‘해피니스 파크’라는 놀이공원 건립 사업으로 인해 도시 밖 사막으로 옮겨졌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샤트 콕보레는 1990년대 무텔립의 묘소를 방문했다며 “(무텔립의 묘소는) 위구르인들에게서 현대 사원으로 칭송받는 의미 깊은 곳”이라고 말했다.
묘소가 옮겨진 이후 무텔립의 유골은 행방불명이라는 게 관리자의 증언이다.
여러 인권단체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묘지를 파헤친 것이 인권 침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미국은 지난주 중국의 인권침해 의혹에 연루된 중국의 기관과 단체, 기업 등에 비자를 억제할 것이며, 28개의 중국 안면인식 기술 회사 등에 비자 발급 규제조치를 단행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이같은 규제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내정 간섭은 물론 자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라면서 “국제관계의 기본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철 인턴기자